한 7급 공무원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지만 용인시는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로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자살 이유를 놓고 공직사회에서 조직적으로 은폐를 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를 받던 용인시 인사계 7급 공무원이 지난 15일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일부 언론에선 자살한 김씨(31)는 인사장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각 실과 과장의 도장을 임의대로 새겨 이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됐다.
▲죽은자는 말이 없다.
현재 김씨의 시신은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유족들의 뜻으로 장례가 언제 마무리될지 기약 없는 상태로 용인의 한 병원에서 4일째 안치 돼 있다. 많은 동료직원들과 시 관계자들이 문상을 다녀갔다. 대체로 이들의 반응은 김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안타까워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쉬쉬'하며 얘기를 꺼려하고 있다. 기자가 유족이나 평소 안면 있는 공무원에게 취재를 하기 위해 접근하면 어느 샌가 옆에는 다른 공무원이 다가와 있을 정도로 묻는 것을 상당히 꺼려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공무원은 "○○를 해 주겠다"며 "그만 파고들라"고 회유까지 한다.
그러나 공무원 다수는 김씨의 죽음은 개인적 문제가 아닌 "공무원 조직내 압력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김씨가 속해있던 부서인 행정과의 한 공무원에 따르면 용인시의 경우 인사고과 평점을 매길 시 각 실과 부서장이 부하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100점을 준다는 것. 이에 인사의 변별력을 주기 위해 인사부서에서 점수를 조금씩 변경을 해왔다고 한다. 인사 비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오랜 관행이란 얘기로 해석될 수 있다.
또 대체로 젊은 공무원들의 경우 "말단직급인 김씨가 (인사비리관련) 모든 것을 책임지도록 위에서 방조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김씨가 쓰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통해 김씨의 자살 동기를 찾기 위해 조사 중이며 감사원은 26일부터 감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김씨는 집단적 비리의 희생양?
시측에 따르면 7급 공채인 김씨는 수지구 자치행정과에서 근무를 시작해 지난해 중순부터 인사계 근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지 채 5년도 되지 않았고, 또 인사계 업무를 다루기 시작한지 6개월여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김씨가 용인시 공무원들의 인사고과를 개인 임의대로 조작했다는 말에는 어느 누구도 믿지 않고 있다. 물론 직속상사나 부서장이 김씨에게 강제로 위법할 만한 사항을 지시했다는 증거 또한 없다. 다만 실무 업무를 담당하는 7급 공무원이 간 큰 배짱으로 혼자서 이 같은 일을 행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 역시 공공연한 공직사회 여론이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이렇다할 말문은 아무도 열지 않고 있다. 해당 국장 과장 모두 "마음이 아프다"며 "현재로선 할 말이 없으니 장례가 끝난 뒤에나 얘기하자"며 언급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유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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