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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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10년01월19일

기자 홈페이지: - 조회 : 345

공무원 선거 때 줄 안서면 승진 못한다?

경남 밀양시청 한 간부 공무원이 시장 이메일 등 시 관련 정보를 빼내 시장선거 출마 예정자에게 유출한 사건(본보 16일자 5면 보도)은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공직자들의 줄서기와 충성맹세 등 이른바 '편가르기'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밀양시 전산 관련 업무 간부인 A(47·6급)씨는 엄용수 시장의 이메일함에서 공무원 B씨가 보낸 "지방선거 때 적극 지지하겠습니다"는 내용을 출력해 시장 출마예정자 사무실에 넘긴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18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시 전자문서시스템 서버에 접속하면 접속기록이 남기 때문에 이메일 등 유출자를 찾을 수 있는데도 A씨는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대담하게 접속했다.

전산 업무에 정통한 A씨가 이메일을 해킹해 유출시키는 등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제49조(비밀 등의 보호)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고 공무원 직위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왜 이런 위험을 감수했을까?

뿌리깊은 논공행상 산물

징계 위험 알고도 모험

경찰, 구속영장 신청

이번 사건의 저변에는 지방선거 과정에 나타나는 뿌리깊은 논공행상의 악습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A씨가 특정인의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공로를 세우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다 자신의 업무와 연관이 있는 현직 시장의 메일을 해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97년 6급으로 승진한 A씨는 엄 시장 체제하에서 3년동안 근무하면서 기회를 엿보았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해킹메일을 출마 예정자에게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

해킹당한 이 메일을 작성한 공무원도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엄 시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충성맹세'를 한 공무원 B씨도 승진 가능성이 있는 부서로 보내준 것 등 최근 인사에 대한 감사의 말과 함께 시장 지지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혔다. 경찰과 선관위 등에 따르면 시장에게 지지성 이메일을 보낸 공무원이 B씨뿐만 아니라 6~8명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수사 과정에서 공직사회의 뿌리깊은 줄서기가 속속 드러날 전망이다.

농촌지역에서 선거때 줄을 잘못 설 경우 끝장이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는다. 모 자치단체 6급 공무원 C씨는 지난번 선거때 현직 군수와 다른 편으로 분류됐다. 6급으로 승진한지 10년차인 C씨는 승진자들이 주로 가는 10개월 교육과정에 입소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방출인 것이다.

그는 교육을 마치고 지난해말 복귀했지만 그것으로 끝난게 아니었다. 10개월 교육을 마쳤는데도 지금까지 무보직 대기발령 상태이다.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은 C씨의 경우를 "줄을 잘못서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줄을 서도록 강요하는 시범사례"로 보고 있다.

한 지자체의 인사담당 공무원은 "농촌지역은 상대적으로 승진기회가 적어 6급의 13~20%만 승진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역사회가 좁다보니 인사때 승진기준도 업무능력보다 '표'를 좌우하는 영향력이 곧 능력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