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
국유재산 매각을 담당했던 전직 공무원이 빼돌린 국유지가 국고 환수될 처지에 놓이자 국유재산 환수 담당 공무원들과 짜고 이 땅을 팔아먹다가 꼬리가 잡혔다.
감사원은 30일 ‘불법취득 국유지 환수·특례매각실태’ 감사를 통해 국유지담당 전직 공무원 이모(75)씨가 재경부와 광주지방국세청, 산림청, 무안군 공무원들과 짜고 국유지 특례매각지침을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600억원대의 국유지를 매각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씨와 명의를 빌려준 이씨의 친인척 21명,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재경부 하모(53) 서기관 등 전·현직 공무원 5명을 공문서위조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감사 결과 재경부 국고국 소속의 하씨는 위법한 지침을 통해 이씨가 친인척 명의로 은닉한 토지를 특례 매각 대상에 포함시켰으며 광주지방국세청 직원 박모(55)씨는 이씨가 불법취득한 국유지에 대해 처분금지 또는 시효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과 무안군 공무원들도 이씨로부터 돈을 받고 이씨가 허위
매도증서를 토대로 국유지를 팔아치우거나 국가로부터 환수보상금을 타내도록 도와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 등이 이런 방식으로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하거나 환수보상받은 국유지는 총 357만평(624억원 상당)으로 이중 141만평(322억원 상당)은 담당 공무원들이 권리보전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환수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씨는 지방세무서에 근무하던 1971∼74년, 80∼85년 두 시기에 걸쳐 여의도 면적 19배에 달하는 국유지 4765만평(7000억원 상당)을 서류 위조나 명의 도용 등의 수법으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 같은 사실이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고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취득 국유지 국고환수 판결을 받자 담당 공무원을 끌어들여 환수조치된 땅을 팔아치우기로 공모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환수되지 않은 이씨의 불법취득 국유지가 1448만평. 이씨의 행각이 조금만 더 늦게 발각됐어도 수천억원의 국고가 사기꾼의 곳간으로 흘러들어갈 뻔했다.
조남규 기자 cool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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