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어릴적에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의 시기야말로
내인생에있어 가장 전성기였습니다
어른들처럼 처자식을 부양해야 하거나 어떠한 의무가 부과된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요즘 아이들처럼 학원에 가야 되는 것도 아니었으니
내 멋대로 마음껏 뛰놀기만 하면 되었던 것입니다
아침에 숟가락을 놓기가 무섭게 친구들이 집밖에서 놀자며 나를 불렀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먼저 동네로 나가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아이들과 골목에서 놀다가 여기저기 가지 않는곳이 없었으며
시간이 가는줄을 몰랐기에 밥때가 되면 어머니께서 동네가 떠나가도록 나를 부르셨습니다
내가 잘가는 곳중의 하나가 바로 시장바닥이었는데
그곳에는 냄비 때우는 아저씨, 뱀을 놓고 만병통치약을 파는 아저씨, 고무신 때우는 아저씨
사탕 파는 아주머니, 즐비하게 늘어선 가게들이 전부 구경거리였던 것입니다
주변에는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 턱을 괴고 튀밥튀기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으며
화로에서 장작불이 확확 올랐고 어느 정도 시간이 되었을 때쯤이면
그기계에 붙어있는 눈금을보고 아저씨가 앉은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기계 속의 압력이 팽창될대로 되어 튀밥을 튀길때가 된것이므로
가까이있던 아이들이 멀찍이 물러났으며 아저씨는 화로를 옆으로 치우고
뻥튀기 기계를 기다란 망태기에 연결해 붙인다음 그기계에 갈고리를 걸었습니다
한쪽 발로 기계를 밟아 움직이지 않게 한 아저씨가 갈고리를 잡은손에
힘을주는 순간 아이들은 두손으로 귀를막고 눈을 질끈감았습니다
"뻥~"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하늘까지 치솟았습니다
옆에서 바라보는 나의 작은 가슴이 쿵쿵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꾀죄죄한 뻥튀기 아저씨는 늠름하게 어깨를 펴고 있었습니다
철사로 만들어진 커다란 망태기 안에는 하얀튀밥이 소복이 들어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장독대에 쌓인 눈보다 더예쁜 튀밥입니다
그망태기를 들고 자루에 튀밥을 쏟아넣는 모습도 멋져 보이는 아저씨입니다
튀밥을 넣은 자루를 땅에 내려놓은 아저씨는 다 닳아빠진 빗자루를 집어
망태기 밖으로 튀어나온 튀밥을 쓸어모으더니 함석으로 된쓰레받기에 담았습니다
구경을 하고있던 나의목젖이 꿈틀거리며 침이꼴깍 넘어가는 순간입니다
아저씨의 커다란손에 튀밥이 쥐어질때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한줌씩 그튀밥을 나눠주는 새까만 아저씨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습니다
갓 튀겨낸 쌀 튀밥이 살살 녹으면서 입안에서 사라졌고
까칠한 느낌의 강냉이 튀밥도 달착지근하게 목으로 넘어갔습니다
그 뻥튀기 아저씨는 매일 오는게 아니고 장이설적마다 오는데
우리 할머님은 장날만되면 손주녀석들 간식으로 먹일려고 매번 튀겨 오셨습니다
종류도 다양하게 어떤때는 옥수수 보리 쌀 그리고 떡국
그중에서 제일로 만나는것이 누룽지 튀김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누릉지를 사랑하나 봅니다
요즘 아이들 이뻥튀기 입에도 아니 댑니다
그만큼 먹을게 많아진게지요
그 아저씨의 두툼한 손에 소복하던 튀밥이 아련합니다
에고...또 할머님이 보고싶네요....
의견달기
※ 최대 영문/한글 포함 500자 까지 등록 가능합니다.
생각나네 (10/05/20/ 10:05) 엿장사가 가위를 찰칵찰칵거리면서 지날때 엿이 먹고 싶어 엄마가 사준 새고무신을 칼로 찢어 엿 바꿔먹다가 집에 쫓겨 나기도 했던.......
아련히 (10/05/20/ 08:44) 지금쯤이면 감꽃을 주워 지푸라기에 끼워 목에걸고 초봄이면 지천으로 피어있는 진달래를 따먹고, 송진꺽어먹지, 찔래새순 꺽어먹고 , 필기 뽑아먹고 남의밀밭 콩밭에 들어가 밀살이, 콩살이 해먹는 재미 요즘 넉넉한집 애들 부럽지않게 자랐다.........
태풍부는 다음날이면 마을 감나무 밑을 다니며 떨어진 감 줍는 재미, 가을에 밤줍고 소먹이러가면 산에 소 올려놓고 하루종일 입술이 파래질때까지 멱감으며 ......아~~~~ 그시절 그리워라
엿장수 (10/05/19/ 13:30) 먹을 것은 없지 배는 고프지
엿장수 엿반티 들고 도망가다가 붙들려서
죽는줄 알았네, 휴~
어릴적 생각납니다.
홈으로
> 참여마당 > 자유게시판
뻥튀기
홈페이지: -
조회 : 356
의견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