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조현오 서울 지방경찰청장이 최근 경찰이 MBC 스튜디오에 난입해 방송대본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사과했다. MBC는 오는 13일 경찰쪽 입장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현재 노조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어, 사측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현오 청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MBC 박 경위 사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박 경위를 지난)금요일에 바로 대기발령 냈고 적절한 조치할 거다. 감찰조사할 거다"라고 밝혔다. 조현오 청장은 "본인 얘기로는 일체 사찰 이런 거 아니라고 한다"면서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니까 나 잘 모시려다 한 건데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라고 밝혔다.

조현오 청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다 마무리하고 새출발하려고 했는데 여진으로 이런 게 생겨서"라며 "(제가)5월까진 잘 했는데 경찰 명예 실추시킬 만한 일들 다 점검해 일선에 챙기라고 얘기했는데, 양천에서 (고문 수사 사건이)터지는 바람에 상당히 아프게 됐다. 5월까지 잘 한 거 물거품 됐다"고 밝혔다.

▲ 조현오 서울 지방경찰청장. ⓒ서울 지방경찰청

이날 조 청장은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 형식으로 이같은 사과를 전했다. 이같은 기자간담회의 경우 카메라 없이 진행돼 왔다. 이번 사과와 관련해 현장에서 출입기자들의 질의응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 경찰청 소속 박 모 경위(MBC 담당)는 김미화씨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생방송 진행을 5분 앞두고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고, 스튜디오에 난입해 당시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 파문과 관련해 전화 인터뷰가 예정돼 있던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의 인터뷰 질문지를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지난 9일 MBC 노조는 이같은 사건을 알리면서 조 청장의 공개 사과·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조 청장의 사과에 따라 MBC 내부에서 조현오 청장의 사과를 어떻게 판단하고 향후 어떤 대응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MBC 라디오 PD들은 12일 오후 MBC에서 긴급간담회를 열고 결의 사항을 라디오 본부장에게 전달했으며, 노조도 이날 오후 부사장을 만나 PD들의 결의 내용을 전달했다.

▲ 김재철 MBC 사장은 오는 13일 임원회의에서 이번 '방송 사찰'과 관련한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라디오 PD들은 경찰쪽에 △윗선과의 관련 의혹을 비롯한 사찰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책임자 처벌을, MBC 사측에 △10여 일간 사찰 사태가 알려지지 않은 배경을 둘러싼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책임자 처벌 및 관련 긴급 노사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양시영 PD는 "경찰이 '청경과 함께 스튜디오에 들어갔기 때문에 무단 침입이 아니고, 질문지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잘못된 사실로 물타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MBC 사측도 언론 침해 문제와 내부 보고가 제 때 안 이뤄진 관리 책임 문제 등을 명확히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PD연합회(회장 김덕재)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사건의 근본적 책임은 언론을 자신들을 위한 도구로 장악, 통제하려는 현 정권에 있다"며 "이번 사건을 언론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MBC는 13일 임원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