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지방채 잔액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8조7000억원을 기록한 뒤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며 2007년 말까지 18조원대를 유지했으나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예산 조기집행과 적자예산 편성 등으로 급증했다. 인천의 경우 2000년 이후 9년간 지방채가 266%(1.8조원)나 급증했다.

광역·기초 단체 246곳 중 공무원 인건비를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곳은 40곳(16.3%)에 달했다. 세외수입을 제외한 순수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곳은 전체의 55.7%(137곳)로 더 늘어난다.

또 전체 수입에서 부채를 갚는 비율인 채무상환비율이 10%를 넘은 지자체는 부산, 대구, 광주 등 6곳에 달했다. 재정위기를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채무잔액지수가 30%를 넘는 지자체도 대구, 울산, 강원, 인천 등 11곳이었다.

지자체가 빚을 못 갚을 정도로 파산 지경에 이른 것은 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과다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우선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감세정책이 지자체 수입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지방세입은 45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중 국세감소에 따른 감소분이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세제개편으로 지난해 종합부동산세가 2008년에 비해 9453억원 감소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취득·등록세 등 지방세가 1조9000억원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지자체가 지난해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지출한 세금 규모는 전년대비 12조2000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행정안전부가 지방경기 부양을 위해 지자체에 지방채 발행을 늘리도록 독려한 것이 채무급증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지난해 2월 전국 지자체에 대해 재정지출을 늘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에 투자하도록 권고했고, 이에 따라 지자체들이 재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앞다퉈 지방채를 발행했다. 지자체장들이 호화청사 신축 등 각종 개발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도 재정난을 가중시켰다.

민선단체장에 의한 지방자치가 시행된 1995년 이후 59개 지자체의 청사 신축비용이 2조4883억원에 달했고, 이를 위해 발행한 지방채 규모도 3583억원이나 됐다. 지난해 지방채 순채무 상황을 보면 도로건설이 6조7788억원(26.5%)으로 가장 많았고 상·하수도 3조442억원(11.9%), 지하철건설(10.9%) 등 주로 토목건설 쪽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제적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지난 4월 북한 리스크, 저출산 문제 등과 더불어 공기업 및 지방정부의 부채증가를 우리 경제의 3대 위협요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기경보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비중을 늘리는 등 재정분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김경수 예산분석관은 “지자체가 쓰고 남은 돈의 30% 이상은 지방채 상환에 쓰도록 법적으로 정비돼야 한다”며 “지방재정 공시제도를 강화하고 조기경보시스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지자체는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이 21%에 불과하다”며 “세출 구조조정과 동시에 세입을 늘리고 또 지방채에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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