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ㆍ‘약이냐 독이냐’ 70% 써 반짝 경기부양
ㆍ하반기엔 크게 쪼들려… 지방채 남발 등 역효과

지방재정 조기집행 약인가 독인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지방재정을 조기에 집행하는 것이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에는 역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가속화하고 있는 지자체의 예산조기집행 지침이 지자체 금고의 이자수입감소, 하반기 재정 운용 부담, 지방채 과다 발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조기집행, 과연 상 줄 일인가=행정안전부는 18일 재정 조기집행 실적이 우수한 89개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해 인센티브 150억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상반기 예산 집행 실적은 96조3000억원으로 집행목표액 91조원 대비 105.8%를 달성했다.

광역단체 중에서는 부산광역시와 경상북도가 대상을 차지해 각각 특별교부세 명목으로 7억원, 기초단체로는 경기 동두천시·충북 음성군·서울 강동구가 각각 3억원을 받는다. 최우수단체인 광주광역시와 강원도·전라북도는 각각 5억원, 경기 남양주시·강원 철원군·서울 중랑구 등 19개 단체는 2억원씩 인센티브를 받는다.

행안부는 2009년 한 해 동안 분기별로 지방재정 조기집행 실적을 평가해 모두 300억원을 특별교부세로 나눠줬다. 예컨대 충북 음성군은 상반기 조기집행 목표액이 1136억원이지만 17.6%를 초과해 1336억원을 조기 집행했다.

◇조기집행, ‘독’이 될 수 있다=그러나 정부의 지침은 지자체에 오히려 하반기 재정 운용 부담 등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정부의 예산조기집행 독려가 결국 지방채 과다 발행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경향신문 7월15일자 1면) 일각에서는 “지방재정의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예년과 똑같은 방식으로 예산조기집행을 북돋아주고, 인센티브까지 지급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예산조기집행의 부작용으로는 먼저 이자수입 감소를 꼽을 수 있다.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서울시는 2008년에 시금고를 통해 이자수입으로 1500억원을 벌었지만 지난해에는 170억원으로 무려 1330억원이 줄었다. 한 해 예산 규모가 21조여원에 달하는 서울시가 예산을 일찌감치 써버리다 보니 주거래은행의 평균 잔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결국에는 이자수입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현상은 다른 자치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조기집행의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상반기에 예산을 많이 써버리다 보면 계획보다 더 많이 돈을 쓰게 되고 결국 하반기에는 지방채 발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예산집행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방재정을 조기에 집행하기 위해서는 주거래은행 등 민간금융권을 통해 이자를 주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 금리부담도 역시 만만찮다는 지적도 있다. 천우정 국회예산정책처 팀장은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려면 은행들로부터 하반기 쓸 자금을 담보로 차입해야 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지방채 발행 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인센티브보다 이자수입이 낫다”=그는 “예산을 일찌감치 몰아서 집행하면 ‘반짝’ 효과가 있긴 하지만 1년 전체를 놓고 보면 하반기 재정 운용 부담이 있게 마련이어서 1년 예산을 고르게 집행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예산 부족 문제도 부작용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약 70%를 집행하다 보니 하반기에는 정작 쓸 돈이 없게 된다는 점이다. 예산조기집행으로 올해 인센티브를 받은 부여군은 하반기 사업이 줄어 주민들의 일자리 등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여군은 그동안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모은 예산 절감액 12억원을 일자리창출 사업으로 긴급히 돌리기로 했다.

행안부의 예산조기집행을 따르지 않은 전남 강진군은 이자수입으로 작년 한 해(전체 예산 2300억원) 60억원 가까이 이자수입을 올린 것은 예산균형집행의 좋은 예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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