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복지 사업을 지방으로 이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정부가 2004년 67개의 사회복지 사업을 지방으로 넘긴 이후부터다. 정부가 특정 복지사업 예산의 일부를 부담하면 광역 및 기초단체가 나머지를 부담하는 이른바 매칭펀드 방식이 지자체의 재원 고갈(枯渴)을 부추기고 있다.
부산 남구청이 환경미화원들의 퇴직금을 주지못해 수십 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 것도 사회복지 예산을 부담하느라 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매칭펀드 방식이 제구실을 하려면 지방세 수입이 매년 증가해야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와 불경기로 취득·등록세 등 지방세 수입이 급감하다보니 부작용이 깊어지는 것이다. 대구 남구청 등 대구·경북의 많은 기초단체들도 지방세 수입이 줄면서 공무원들의 월급과 복지예산을 충당하고 나면 지역개발을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경우 머지않아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직원 월급은 고사하고 복지예산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데가 나올지모른다. 대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것도 곤란하다. 복지예산 삭감은 수혜를 받아온 소외계층을 더욱 궁핍(窮乏)한 생활로 내몰 수 있다.
정부는 지자체의 만성적인 예산 부족 현상을 줄이기 위해 사회복지 관련 예산의 집행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매칭펀드 방식을 존속하더라도 국비지원 비율을 크게 늘리든가, 아니면 사회복지 예산은 정부가 도맡아 집행하는 것이 맞다. 사회복지는 성격상 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현재의 방식은 정부가 직접 해야 할 일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 밖에 안된다.
현행 방식이 몇 년간 지속된다면 금고가 바닥나 파산(破産)을 하는 지자체가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복지 사업을 다시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하거나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노인보호 등 국민들의 최저생활보장을 위한 사회복지 사업은 전액 국비로 부담해야 한다. 매칭펀드 방식의 재정부담 원칙도 국고지원 비율을 지자체의 지방세 수입과 수급 대상자의 수에 따라 차등 적용되어야 한다.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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