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사를 준비 중인 행정안전부는 최근 본부 모 국장을 경남도 행정부지사로 내려보내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노조가 거부한다며 경남도가 이 국장을 받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광역시ㆍ도 부단체장 인사권은 행안부 장관에게 있지만 외부에 정부ㆍ지자체 간 갈등 양상으로 비칠까 염려해 이를 마지못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해당 국장은 못 받겠다. 현 부지사가 아무 문제없어 인사 필요성이 없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현재 서만근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해 2월 초 임명된 뒤 1년6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광역 부단체장은 한 곳에서 1년 정도 있는 게 관례지만 서 부지사는 노조 요구로 최소 1년간 더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진보 성향 지자체장이 취임한 지역에서 공무원 노조가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일이 계속 나오고 있다.
6ㆍ2지방선거로 시장이 바뀐 경기 안양시가 최근 직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징계를 맡았던 간부들을 모두 좌천시킨 것과 관련해 파문이 점점 확산되는 모양새다. 전공노의 인사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급기야 2일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최대호 시장이 인사 규정을 지키지 않은 이유와 인사위원장인 부시장이나 담당국장 결재가 누락된 배경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시의원들은 이번주나 다음주 중 임시회를 소집해 인사 과정을 조사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이번 인사의 부당성을 대외에 알리는 방안도 적극 고려 중이다. 안양시 한 시의원은 "인사위원회 심의도 받지 않은 부당한 인사"라며 "이를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 공무원들은 행정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이들은 안양시의 후속 조치가 없으면 경기도 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것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관할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양시는 지난달 27일 5급 12명과 6급 11명 등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는데 전임 시장 때 징계업무를 담당했던 감사실장과 조사팀장 등을 좌천시켰다. 이들이 징계를 추진했던 손영태 전 전공노 위원장(전 안양시 7급 공무원)은 선거 때 최 시장 지지를 선언했고 그의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해 이번 인사 배경에 전공노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돈다.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경남도에서도 인사 파동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로 당선된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3ㆍ4급 실ㆍ국장과 부단체장 전보 등 모두 17명에 대해 취임 후 첫 인사를 단행했는데 노조가 특정인 인사에 대해 반대하자 이를 철회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경남도청 공무원들은 앞으로 출세하려면 노조에 잘 보여야 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지사는 "정책 결정에 노조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며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행안부는 이처럼 노조가 인사에 개입하는 사례가 빈발함에 따라 실태 파악에 나섰다. 특히 안양시는 원칙에 맞지 않은 인사를 하면서도 인사위원회를 열지 않은 것에 대해 명백한 불법으로 결론 내리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안양시 인사는 절차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며 "위법 사실이 경미할 때에는 주의, 심각한 수준이면 취소 통보를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정부가 불법단체로 규정한 전공노가 이번 인사와 관련성이 있는지 파악한 뒤 관련 감사에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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