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일간지에 시국선언과 관련한 광고를 냈다는 이유로 해임·정직 등 중징계를 당했던 공무원노조 간부들이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법원이 행정안전부의 무리한 징계 요구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향후 관련 판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하종대)는 2일 박아무개 전국공무원노조 중앙행정기관본부 경찰청지부장(옛 민주공무원노조 중앙행정기관본부 경찰청지부장)이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민공노 위원장이 2009년 8월과 9월 정부 각 부처와 민공노 지부에 등에 1·2차 광고는 중앙조합에서 결정해 추진한 것이고 소속 지부와 협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회신을 한 바 있다”며 “원고가 광고를 게재하는 데 동참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어 “원고가 1·2차 광고 게재 직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광고 게재에 동의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징계사유 자체가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원고가 주장한 징계절차의 하자·징계사유의 부당성·징계양정의 부적정 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지난달에는 서울행법 행정1부(부장판사 오석준)가 이아무개 전 민공노 환경부지부장(현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조 환경부지부장)이 환경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자신의 무관성을 밝히기 위해 (광고 게재에 대해) 항의를 했어야만 결백이 입증된다는 논리는 헌법에 따라 보장된 ‘양심을 표명하도록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10월에는 수원지방법원이 역시 시국선언 지지광고 게재 등의 이유로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광명시 소속 공무원에 대해 “징계처분 사유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처분을 선택한 결과 비례의 원칙에 반해 지자체장의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다. 조창형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행정안전부의 무리한 징계 지시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정황 증거도 없이 공무원들의 생존권의 박탈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며 “해당 기관은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옛 민공노는 지난해 7월 일간지 두 곳에 ‘교사·공무원 시국선언 탄압규탄’ 집회 개최와 관련한 전면광고와 전교조 시국선언을 지지하는 릴레이 광고를 게재했다. 신문광고와 시국대회 참석 등을 이유로 공무원노조 간부 14명이 불구속 기소됐고, 60여명이 해임·파면·정직 등 징계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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