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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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5년10월25일

노동자 홈페이지: - 조회 : 345

공무원 봉급의 현실은 한마디로 '재앙'

공무원 봉급의 현실은 한마디로 '재앙'

공무원노동자를 탄압하는 김대중 정부의 역사적 과업(?)을 고스란히 승계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얼굴 바뀐 김대중인, 노무현시대를 목도하며 우리가 출범 당시 천명한 의지를 다시금 올곧게 가다듬자. (공무원노동자들의 오랜 고통과 염원이 담겨 있는 출범선언문 중에서...)

"우리 공무원들은 지난 50여 년간 … 국민들로부터는 정권의 하수인이요, 부정부패의 장본인으로 원망과 질책의 대상이었고, 정권은 정권대로 정권유지의 도구로 이용했다.

"오늘 온갖 방해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엄숙하게 출범하는 공무원노조는 지난날 군사정권이 빼앗은 노동자라는 이름을 되찾는 것이며, … 권력과 가진자들에 의해 흔들려온 공직사회를 곧추세우고, 오랜 세월 부정부패로 얼룩져온 공직사회를 내부로부터 혁신함으로써 …"

'공무원노동조합 창립선언문.' ― 그렇다. 이것은 오래토록 쌓이고 사무친 것들을 압축한다. 공무원들이 (부도덕한) "정권의 하수인"이기를 거부한 명예선언이다. 복마전에 비유되는 공직사회를 민주화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치부되는 낡은 권위주의적 병폐에 대한 자기 반성과 쇄신을 위한 몸부림이며, 인재의 무덤이라 일컫는 비합리적인 공직사회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혁신인 것이다. 이것은 공무원노동자 자신의 권리신장과 더불어 국민에게 진정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우리는 반세기의 기나긴 침묵을 깨고 역사 앞에 나선 것이다.

또한,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권력형 부패를 자행했던 위정자들 때문에 국민들의 시선은 공직사회를 부패와 무위(無爲)의 상징으로 여기게 됐다. 이로 인해 공무원노동자들은 국민들에게 불가근불가원(不可近不可遠)한 존재라는 뼈아픈 짐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

노동기본권 쟁취·공직사회 개혁이라는 대의와 과거 독재권력자들 때문에 굴절된 국민의 시선은 노동자 권리의 핵심인 임금에 대한 거론을 조심스럽게 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근본적인 존재이유가 무엇인가? 주지하듯,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 경제·정치·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조직하는 단체이다. 이러한 존재이유는, 임금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대두되는 것은 이미 예정된 사실이나 다름없다.

언젠가 비행기 조종사들이 안전운항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려 할 때 보수언론들은 연봉이 1억인데 파업한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연봉 1억이면 파업해서 안 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역으로 도대체 연봉이 얼마 이하면 파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이것은 순전히 '공세 이데올로기' , '님비여론'적 비난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노동자인 공무원이 임금인상을 얘기하면 신분이 철저히 보장된 철밥그릇, 국민세금 운운하는 것은 공무원이 행정서비스(공무노동)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라는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언어의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55% 이상 되는 노동현실 속에서 그래도 너희는 안정적이지 않느냐?' 라고 떠들어대기도 한다. 그러면 공무원의 임금을 인하해야 하나? 결코 아니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위와 같이 공무원노동자의 임금문제 제기에 대한 당위를 언급하며 "공무원 봉급(임금)의 허와 실"에 대한 화두를 조심스럽게 꺼내 본다. 새해 벽두에 "올해 공무원 봉급 5.5% 인상 - 총액대비 민간중견기업의 97.3% 수준"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한 바 있다. 황당하고 공허할 따름이다. 어디에도 납득할 만한 기준과 자료가 공개된 것이 없다.

예컨대, '민간중견기업의 대상과 기준, 2002년 임금 인상률은? 공무원 평균 임금총액은 얼마인데 민간중견기업 임금총액은 얼마다. 따라서 민간기업의 97.3%다.' 이 정도가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제시해야 할 최소한의 자료가 아닌가? 이것은 전과 같이 주면 주는 대로 받으라는, 임금을 받는 당사자인 공무원노동자들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구체적인 통계자료와 근거 마련은 이후 과제로 남기고 나름대로 문제점을 살펴보자.

2002년 기획예산처에서 만든 예산안에 일반공무원의 경우 평균연봉(기본급+정액수당)이 2,210만 원으로 편성되어 있다. 〈2002. 12.30 한국일보〉리크루트사가 106개 회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02년도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2,329만원(은행권은 3,000만원 이상)으로 되어 있다. 〈2002. 12 31 중앙일보〉를 보면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2,489만 원이라고 보도했다.

2002년 각종 통계를 보면 "4인 가족 기준 도시근로자 월 평균 소득이 245만원에서 265만원" 범위에서 제시하고 있다. 〈노동부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4/4분기 소득원천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 평균 소득액이 2,709,800원이고 지출총액이 2,216,700원으로 되어 있다.

이런 간단한 통계만 보더라도 민간중견기업 97.3%라는 것이 박봉에 시달리는 90만 공무원노동자들의 가슴에 못을 쾅! 쾅! 박아대는 허구적 기만임을 알 수 있다. 공직사회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는 핵심이 계급제를 철폐하고 교사들처럼 단일호봉제 도입에 있다고 늘 역설하는 한 동지의 생활내역을 드려다 보자.(그는 마포구청에 근무한다).

다음은 그 동지가 나에게 적어 준 소득과 지출내역 그리고 간단한 메모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내와 예쁜 두 딸을 둔 가장으로 8급 9년차 37세인 그 동지의 연간 급여 총액은 2,240만원, 월 평균 급여액은 1,866,000원이다. 자녀교육비(유치원비 포함) 25만원, 각종 공과금 20만원, 차량유지비(보험료포함) 18만원, 대출금 상환 15만원, 보험료 10만원, 부모님연금 5만원, 식료품비 30만원, 경조사비 15만원, 의복구입 및 생활비 25만원, 용돈 10만원, 저축 13만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갑자기 경조사가 생겨 지방이라도 갔다 오게 되면 가계살림에 엄청난 고통을 준다. 좀 여유롭게 산다는 것은 꿈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공직생활이 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 삼지만 이내 현실의 찌들린 삶은 나를 지치고 힘겹게 한다" 라고 쓰여 있다.

나는 그 동지의 메모를 보는 순간 조심스럽고 막막했던 우리 공무원봉급에 대해 결론을 주저없이 내렸다. 그 누가 나에게 허풍스럽다는 냉소적 비난을 보내온다 할지라도 "공무원노동자 봉급은 재앙이다" , "민간중견기업 97.3%는 허구다."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총 사교육비 7조1276억, 가구당 71만원이라는 과다한 사교육비, 천정부지의 주택가격, 의료를 포함한 불량한 사회복지로 저축이 없으면 미래가 없는 나라에서 이 동지의 임금과 생활을 볼 때 뜻밖의 조그마한 지출요인이 발생해도 천재지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위의 보도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평균연봉을 받으려면 근 10년 가까이 근무해야 하는데, 도대체 민간중견기업 97.3%라는 터무니없는 수치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우리네 공무원노동자의 쥐꼬리만한 월급보다 더 얇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자.

▣ 최근 3년간 임금 인상률 비교표 ※ 정부(중앙인사위)에서는 민간기업 비교대상을 상용직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이라고 함.

정부(중앙인사위원회)의 공무원 삶의 질 향상에 관련「공무원보수현실화 5개년 계획」에대한 업무추진보고 내용을 보면 "민간접근율 ('99년) 87% → ('01년말) 95.1% 라고 명시돼 있다. 결국 99년 당시 87%에서 2003년 현재 97.3% 수준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누가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민간기업 임금인상률보다 더 인상되어야 당연히 접근율이 상향되는 것 아닌가? 임시방편(예비비)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지만 봉급조정수당(일회성으로 다음 연도 봉급에 반영되지 않는다)을 감안해도 위 통계에 의하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민간중견기업 97.3%는 주·객관적으로 공무원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엄청난 괴리를 보이는 수치임이 틀림없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교대상이다. 상용직 근로자 몇 명 사업장으로 할 것이냐, 즉 100명 이상이냐 1000명 이상이냐에 따라 민간접근율 정도의 차이가 크다.(※공무원 조직 단위가 대개 1000명 이상인 만큼 1000명(사무직) 이상 민간기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여 민간기업 접근율을 현실화 해야함이 타당하다.) 대기업·국영기업·공사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훨씬 격차는 벌어진다.

공무원노동자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지들 멋대로 설정한 정부의 기준과 목표대로라면, 1∼2년 내에 "민간중견기업의 100% 도달「공무원보수현실화 5개년 계획」차질 없는 추진으로 드디어 공무원 보수 현실화 됐다" 라는 어처구니없는 비보를 접할 날도 머지 않았다. 그 이후에 공무원 봉급인상 명분 상실을 누가 책임 질 것인가? "삶의 질"은 고사하고 공무원노동자들의 생활은 겨우 먹고사는 생존 그 자체인데….(바로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노동3권 요구는 단지 천부인권보장 요구라는 대의명분 뿐만이 아닌 삶에 질 보장을 요구하는 생존투쟁이다)

▣ '2003년 직급보조비·교통비 인상(율) 내역표
'2003년 수당 인상내역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고후하박(고위직은 후하고 하위직은 박하다)"이다.고위직 일방에 의해 의사결정 되는 공직사회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직급보조비의 경우 4급(40만원)과 8,9급(10만5천원)은 무려 4배 차이가 난다. 해도 너무 한다. 특히, 4급 이하 균등 10만 원이었던 교통비를 차등화시켜 금액을 떠나 계급별 차등을 심화시켰다. 정률로 되어 있는 명절휴가비의 경우, 명절 보내는데 위아래가 따로 있느냐며 형평을 고려한 정액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거늘 출퇴근하는 교통비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공무원노동자의 비애와 설움을 더욱 깊게 한다.

그리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중앙고용정보원이 2002년 6월에 발표한 직업지도(307개 직업종)의 임금순위를 보면 "1위 변호사, 307위 프라스틱제품 조립 및 검사원, 53위 금융사무원, 63위 비행기 객실승무원, 67위 중등학교 교사, 72위 철도 및 지하철 기관사, 84위 경찰관, 86위 영업관리 및 지원사무원, 일반공무원은 102위"다.

지면상 거론할 수 없는 임금조건 외의 실제 근무시간, 실제 사용한 휴가일수, 제반 복지상태 등 확인한 객관적 통계자료로 볼 때 무엇하나 나은 것이 없다. 현재의 공무원노동자 임금조건을 과거와 비교해 안위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사회 전반의 위치에서 비교하고 판단함으로써 우리의 처지를 바로 인식하자. 정부에서 떠들어대는 민간중견기업보다 10년 가까이 뒤떨어져 있다. 공무원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와 빼앗긴 세월을 그 누가 찾아 주겠는가? (당사자) 우리 공무원노동자가 아니면….

한 동안은 간접적인 방식, 즉 각종 수당에 대한 기본급으로 전환, 각종 수당의 현실화, 근무여건 개선, 대학생자녀 교육 무상지원 등의 복지증진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지만, 임금에 대해 우리의 요구가 반영된 봉급명세서를 받아 볼 날을 고대해본다. 그날은 단지 돈 몇 푼 인상된 기쁨이 아니라, 이 땅의 진정한 공공(행정서비스)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고, 보다 진전된 민주사회를 맞이하는 환희일 것이다. "고 배달호 동지의 명복을 빌며" 맺는다. / kalisinik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