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 7급 공무원 김 모 씨는 요즘 어린 아들 볼 면목이 없다.
김씨는 “반 친구끼리 아버지 직장과 직위를 비교한 모양인데, 승진얘기에 할 말이 없었다”며 한숨만 쉬었다. 청주시 공무원 사기가 바닥이다. 고질적인 인사적체가 원인으로 김씨 같은 만년 7급은 울상이다.
문제는 공무원 사기진작 차 도입한 6급 근속승진이 형평성 논란에 휘말리고 설상가상 청주시·청원군 통합논의로 희망의 불씨마저 사그라지면서 사기저하에 따른 행정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정년연장속 근속승진 제한=인사적체는 승진요인인 6급 이상 결원발생이 적어 생긴다. 공무원응시연령 폐지로 공무원 정년이 2013년까지 60세로 연장되면서 6급 결원발생은 더 늦춰질 전망이다. 정부가 당근책으로 내민 6급 근속승진은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12년 이상 일한 7급을 무보직 승진시키는 제도다. 그러나 대상을 직렬별 정원의 15% 내에서 상위 20%만으로 제한하면서 정원이 적은 기술직은 승진기회가 박탈돼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이달 6급 근속승진 인사를 한 청주시도 승진 상한인원이 일반직 62명, 기술직 8명으로 차이가 컸다.
◇시·군 통합에 묻힌 흥덕구 분구=청주시는 흥덕구 인구가 42만 명을 넘어 분구 검토대상이다. 분구되면 조직확대로 인사 숨통이 트일 거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분구 가능성을 검토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시가 2014년 청주·청원 통합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분구작업이 통합의 진정성에 오해를 사고 통합시 출범 후 이중작업이 될 수 있다며 언급도 꺼리는 분위기다.
통합 후 신규·승진인사는 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노조 관계자는 “통합돼도 조직중복으로 정원이 300명쯤 자연 감소하길 기다려야 한다. 통합 후 구 증설은 인사적체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행정서비스 질 저하 우려=한창 일할 7급직 사기저하는 행정서비스 질적 향상을 저해할 수 있어 더 큰 문제다.
김씨는 “몇 년째 같은 직급에서 유사업무만 본다. 희망이 안 보이니 새로운 도전도 싫고 타성에 젖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근속승진 개정 관심=전국공무원노조는 야당 공조로 ‘조건없는 근속승진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지난해 의원입법 발의돼 국회에 상정됐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민주당이 발의안의 6월 국회 통과를 약속했고 한나라당도 큰 틀에서 제도확대에 공감하는 듯하다”며 “예산문제가 적고 정부 내에서도 시행안이 사기저하와 갈등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있다. 정부안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됐다는 게 변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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