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연말연시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부산시와 산하 공사·공단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공사·공단 임원에 또다시 부산시 고위 공무원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기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 산하 최대 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 사장 공모를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공사·공단 임원 7명에 대한 공모가 잇따를 예정이다. 20일 마감된 부산교통공사 사장 공모에는 배태수 부산시의회 사무처장(2급)이 응모해 사전 내정설이 불거지고 있다. 나머지 6개 자리도 대부분 시 간부 출신들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사·공단 임원이 퇴직 공무원 낙하산 자리냐"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연말 연시 7개 자리 시 간부 출신 유력
자체 승진· 전문가 영입 등 필요 지적

△낙하산 실태=현재 부산시 산하 공사·공단 및 유관기관 임원 중 부산시 퇴직 공무원은 20명이 넘는다. 대부분 부산시 2~4급 간부 출신이다.

특히 부산교통공사·부산도시공사·부산시설공단·부산환경공단·부산지방공단 스포원 등 5대 공사·공단 임원 15명 중 12명이 시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사장 및 이사장은 물론이고 본부장 및 이사를 대부분 꿰차고 있다. 비 공무원 출신인 교통공사·도시공사 감사 2명을 제외하면 자체 승진자는 교통공사 운영본부장이 유일하다.

시 간부들에게는 "공사·공단 임원은 당연히 우리 자리"라는 인식이 상식처럼 깔려 있다.

△낙하산 문제점=물론 시 산하 공기업이 시정 업무와 연관성이 많고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시 간부 출신이 적지 않지만 '공기업 임원은 퇴직 공무원용'이라는 관행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부 시 간부들이 '월급 받으며 시간 때우는 자리'로 여기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요구되는 자리에 이 같은 인식을 가진 퇴직 공무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경우 해당 공기업의 부실경영은 불 보듯 뻔하다.

자체 승진을 기대하고 있는 공기업의 직원의 사기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 공기업 직원은 "비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영진에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 직원들이 움직이는 공기업의 미래는 뻔한 것 아니겠느냐"고 푸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공기업 노조는 낙하산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 할 조짐이다. 한 공기업 노조 간부는 "우리 경영진이 퇴직관료들의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시 산하 공기업의 역사가 20년 안팎이 되면서 경영진에 대한 자체 승진 문호를 보다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외부 전문가 영입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모든 경영진을 퇴직관료들이 차지하는 시절은 이제 지났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장 도시공사와 교통공사 등의 본부장 급 인사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내부 승진자를 물색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부산시장의 전향적인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손영신 기자 ze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