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행정 혁신 ↔민주적 행정개혁"
1. 정부의 혁신은 신자유주의 행정개혁입니다
정부는 대대적으로 공직사회 혁신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요지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정부를 기업처럼 운영하자는 기업정부론입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여기까지는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작은 정부 = 민영화, 사유화(철도, 상수도, 국립대 등)이고 효율적인 정부 = 성과주의(연봉제, 퇴출제)이며 그 결과 ‘내가 공무원 옷을 벗고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면 ‘아! 이게 바로 사람 자르는 구조조정이구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맞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혁신은 공무원 목 자르고, 경쟁을 통해 마른 수건도 더 쥐어짜는 구조조정입니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포장을 해도 그들의 혁신은 노동에 대한 공격을 담고 있는 신자유주의 행정 개혁에 불과합니다.
2. 공직사회 개혁은 민주적 행정개혁이 되어야합니다
그러면 90만 공무원노동자들이 바라는 공직사회 개혁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내부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투명성을 높이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공무원 조직을 민주적으로 철저히,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민주적 행정 개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공직사회 개혁을 부정부패 척결로만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많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은 너무 협소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부정부패만 척결되면 공직사회 개혁은 끝나는 것인가요? 아니 부정부패는 없어지고 투명성은 높아져도 반노동자적인 정책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직사회 개혁 또는 민주적 행정 개혁이라고 할 때 더 많은 것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간략히 정리하면 공직사회 민주화 →부정부패 척결 → 민중자치의 실현 →사회공공성 강화 →노동·인간해방 실현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운동입니다.
3. 공직사회 민주화는 우선적으로 하위직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것입니다
공직사회 민주화는 민주적 행정개혁의 출발점입니다. 민주란 아래 것이 주인이 된다는 뜻입니다. 주인은 노예와 달라서 자기 스스로 결정합니다. 따라서 민주란 아래 것이 스스로 결정권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공직사회의 아래 것은 6급 이하 하위직공무원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어떤 결정권을 가지고 있습니까? 경북 고령군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6급조차도 인사위원회에 넣어 주지 않습니다. 별 볼일 없는 아래 것이 고상한 인사위원회에 참석해서 인사권을 가진다는 것은 어부성설이란 얘기입니다. 민주공화국을 떠받치는 중추 조직인 공무원사회는 이렇듯 비민주적입니다.
일반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노사동수가 징계위원회를 구성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공무원사회의 민주성은 형편없죠. 그러나 민주화는 단순히 징계위원회 구성에 노사동수 참여만으로 한정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모든 각종 위원회에 전면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국가 운영에 있어서 실질적인 참여와 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바로 공직사회 민주화란 모든 국가 운영의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하위직 공무원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4. 반부패투쟁의 핵심은 공무원노조입니다
공직사회와 시민사회의 부정부패는 공직사회 민주화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마땅히 하위직 공무원들의 국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와 권한의 보장은 공직사회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합니다. 따라서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소수 관료에 의한 소수 기득권에 대한 특혜적 결정들은 발붙일 곳이 점점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부정부패는 상하위직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 부정부패 사슬고리의 정점에 위치한 것은 정경유착입니다. 때문에 하위직 공무원들의 부패를 없애려는 스스로의 자정 활동도 중요하지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활동에 집단적인 실천이 필요합니다.
정경유착을 끊는 것은 한 두 사람의 힘으로 어렵습니다. 그간 경험으로 볼 때 내부 고발자들은 오히려 대부분 공직사회에서 추방되었습니다. 때문에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결탁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슬을 끊으려면 상당히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고 바로 그것 때문에 공무원노조가 만들어졌습니다.
5. 행정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민중에게 되돌려 주어야합니다
그러면 하위직 공무원들이 국가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결정권을 가지고 참여하게 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은 해결되겠습니까? 그렇다 해도 남는 문제는 나라를 만든 주체이자 사회적 아래 것인 민중(국민)들은 여전히 참여가 봉쇄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하위직 공무원들만 참여하고 그걸로 끝낸다면 그 순간 그들의 대표성인 공무원노조도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해 버릴 겁니다. 민주란 끊임없이 아래로 흘러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진정으로 민주적 행정 개혁을 바란다면 하위직 공무원의 참여를 넘어 민중이 참여하고 결정권을 가지는 민중자치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민주자치가 실현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진실로 사회 공공성이 강화되고 그 바탕위에서 사회적 빈곤의 척결이 이루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노동자·민중의 착취와 억압이 판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아니라 노동· 인간해방이 이루어지는 사회 건설이 가능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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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기 선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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