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의 효력을 정관이나 주무부처장의 승인 여부로 제한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6일 공공연맹 노동부유관기관노조 한국산업인력공단지부(위원장 신치수)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제3민사부)은 최근 단협에 따른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 이아무개 조합원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지급 청구 민사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씨에게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단 노사는 지난 2008년 57세인 3급 이하 직원의 정년을 공무원 정년연장에 따른 경과조치에 따라 상위직급(60세)과 동일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협을 맺었다. 그런데 이듬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 변경안이 공단 이사회에서 부결됐고, 그 후에도 관련 안건은 이사회에 상정되지 않았다.
노사는 2010년에도 같은 내용의 단협을 갱신·체결했다. 그럼에도 공단은 취업규칙을 변경하지 않았다. 그러자 조합원 20여명이 단협상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단 정관 제35조는“직제·인사·복무·회계 및 물품관리에 관한 규정의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단은 정관 규정 등에 따라 “단협 중 정년연장에 관한 부분이 이사회에서 부결됐고, 노동부장관의 승인이 없어 정년연장에 관한 부분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퇴사한 노동자 16명이 "퇴사처분은 부당하다”며 단협에 따라 늘어난 기간만큼의 임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법 1심 재판부는 공단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단협의 효력을 제한하는 아무런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공단의 정관만으로 단협의 효력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어 “원고의 정년은 단협에 따라 연장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단협에 반하는 퇴직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신치수 위원장은 "단협 체결은 노사의 헌법적 계약으로 어떠한 법률로도 제한받아서는 안 되는 기본권이라는 것을 확인한 당연한 판결”이라며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본래의 사명에 맞게 공단이 단협을 즉각 이행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리고 단협을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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