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가예산이 자신의 쌈지 돈인 양 투표를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치단체에 특별교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기관 측은 회유와 징계협박 등의 탄압을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민주노총 가입 결정과 임원진 선출 투표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무원노조 14만 조합원들에게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공무원노동자들이 압도적인 지지로 민주노총 가입을 결정한 것은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시절 권력과 정권의 하수인으로 민중을 탄압한 장본인인 공무원들이 역사 앞에 진 빚을 일부라도 청산했다는 평가와, 모든 노동자들은 하나라는 대원칙을 지켰다는데 의의가 크다. 더불어 민중진영에 힘과 활력을 불어넣었다는데도 의미를 둘 수 있다.
임원선거에 있어 선거초반 정파와 계파문제가 거론되기도 하고, 특정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목적으로 도덕성을 문제 삼기도 했지만 성숙한 공무원노동자들의 표심을 잡기보단 ‘비방하는 사람 낙선시키자’는 반응이 일자, 공약을 중심으로 정책과 대안을 제안하며 후보자들이 표심잡기에 나서면서 선거가 축제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당락을 떠나 모두가 승리자다. 공무원노조가 지난달 28일 시행된 공무원노조특별법을 거부하고 법외노조로 남기로 선언하면서 정부와의 싸움은 벌써 시작 됐다. 당선된 임원들에 대한 탄압, 구속과 수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당선이 되더라도 임기내내 차가운 감방에서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후보에 출마했던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거나 피하려 하지 않고 조직을 위해 온몸으로 맞서려 했다는 것이다. 가시밭길을 당당히 걷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용기에 격려와 박수를 보내자
축제는 끝났다. 이제 공무원노조는 역사 앞에 당당할 수 있도록 전진해야 한다. 강령을 성실히 실천하고, 2002년 3월 23일 창립의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처음처럼’ 뚜벅뚜벅 우리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야 한다.
산적한 문제가 많다. 당장 거지같은 공무원노조특별법에 대한 대응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정부 교섭이다. 다음으로 많이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스스로 깨끗해지려는 자정노력을 통해 부정부패를 추방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직사회를 개혁하는 사업에 소홀하면 안된다.
이밖에도 노동조건 개선과 지위향상, 공노총과의 통합문제, 30만 조합원 시대를 위한 조직화 사업 등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이 있다. 이는 뛰어나고 능력 있는 임원 몇 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14만 조합원들이 떨쳐 일어서고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을 때 해결해 낼 수 있는 현안들이다. 우리는 그만한 능력과 힘이 있다.
선거로 인해 남아 있을지도 모를 감정은 이 시간부터 훌훌 털어버리고 오직 조직을 생각하고 이땅의 민중들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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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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