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로 공무원들에게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 오다가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면서 공무원들을 자신의 하수인으로 부려먹기 위해 엄연히 법률로 보장되던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한지 수십년만에 국회가 법률을 제정했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법률이 발효됨으로써 공무원노동조합이 법적인 근거를 갖게 되었는데(즉 합법화될 수 있는 법적근거를 갖게 되었는데)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환영하는 공무원들이 한 명도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14만명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정확한 조직규모을 알기 힘든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도 이 특별법에 의해서는 노조설립신고를 거부하겠다고 하면서 아예 외면을 하고 있으니, 법은 시행되었는데 정작 법을 사용할 당사자가 없는 이상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위독한 사람에게서 산소호흡기를 떼면 사람이 죽는 것처럼 이 법은 시행되자마자 사용할(적용할) 사람이 하나도 없어 이미 죽은 법이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자신들이 법을 훌륭하게라도 만든 것처럼 언론에 흘리면서 법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법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모름지기 법이란 것은 그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死문화되게 되어 있을텐데, 그리고 국회의원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텐데도 자신들 멋대로 법을 제정해놓았으니 이 법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국회가 제대로 된 공무원노조법을 만들도록 전국의 공무원들은 노동조합의 깃발아래 단결하면서 공직사회에 폭넓게 침투해오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물결을 저지함으로써 스스로의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에 나서야만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노동조합 깃발아래 단결하지 못하면 정부가 계획하고 실행하게 될 구조조정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며, 그 결과는 일천삼백여 원주시청 공무원들중 수백명의 사람들(그것도 대부분 6급이하 위주로)이 구조조정의 칼날을 결코 피해갈 수 없게 될 것이고, 고통은 그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줄어 결국 시에 남아있는 공무원들이 감당해야 할 일이 그만큼 늘어 고통이 두배이상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 여파는 시청 공무원들 뿐만아니라 행정의 수혜자인 시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다.
2006년 1월 28일자로 발효된 이 특별법을 아무도 원하지 않아 쓸모없는 법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이 법을 적용할 대상자가 이 땅에 한 명도 없도록 만들자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이 법은 자연스럽게 있으나마나한 법이 될 것이며 결국은 폐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법이 발효되었으니 이 법에 의해 노조설립을 하라는 얘기는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학교다닐 때 배워온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악법은 우리가 일부러 어겨서라도 개정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꽃피우는 촉매제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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