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에서는 한 공무원의 어이없는 실수로 결재선상에 있던 부서장들이 모두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한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가 안양시 청소행정과에 사업장 이전 타당성 협의를 요청했다. 담당 공무원은 '이전을 허가한다'는 공문을 회신했고, 이 업체는 즉시 미리 점 찍어둔 호계2동 근린공원 근처의 땅 7000여㎡를 65억3000만원에 사들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사업장이전반대대책위가 구성됐다. 시의회는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모든 안양지역 국회의원 후보들도 허가를 반대했다.
시의 자체 감사 결과 실무 공무원의 실수로 밝혀졌다. 조건부 이전이 '가능'하다고 답변해야 하는데 이를 '허가'한다고 잘못 기재했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22일 부랴부랴 "직원의 실수로 공문을 잘못 보냈다"고 업체에 통보했다. 공문을 작성한 청소행정과 정모 팀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또 공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결재한 최모 과장(5급)과 김모 환경사업소장(4급)은 대기발령 조치됐다.
담당 직원의 업무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해 화(禍)를 입은 것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직기강을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해당 업체는 "시가 보낸 근거를 토대로 부지를 매입했다"며 이전을 불허할 경우 구상권 청구 등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개인의 실수로 보기엔 석연치 않다"며 사전 밀실협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방극채 안양시의회 도시건설위 부위원장은 "정식 허가 신청서가 아닌 협의 요청서를 받고 허가 공문을 보낸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미리 입을 맞춘 의도적인 '허가'가 아니었는지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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