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노조 결성권을 보장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ILO의 이 같은 입장은 전공노의 노동노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해 온 고용노동부와는 정반대된 것이라 주목된다.
4일 고용노동부와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전공노 설립신고가 수리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는 법의 기본틀 안에서 노조로 등록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형식적 절차가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며 "특히 특정 조항을 문제삼고 개정을 의무화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이와관련 노조 설립을 위해서는 노조법 제2조제4호에서 정하는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자주성·민주성)과 설립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가 전공노 설립신고를 반려한 것은 전공노에 노조 가입이 금지되는 해직자와 다른 공무원의 업무를 총괄하는 공무원(업무총괄자) 등이 지부장 등 산하조직 대표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법원도 전공노가 제기한 설립신고 반려 취소소송에서 해직자 등의 가입을 이유로 한 설립신고 반려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신고하는 것으로 노조 설립을 허용할 경우 노조로서 실체를 갖추지 못한 노조들이 난립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법원도 전공노가 제기한 설립신고 반려 취소소송에서 행정관청이 설립신고서·규약 외에 이미 파악하고 있던 해직자 등에 관한 사전 정보를 기초로 심사를 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공노 관계자는 " ILO는 해직자 및 실직자의 노동조합 조합원 자격 유지 금지 및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공무원의 경우 6급 및 해직자)가 노동조합을 대표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 폐기 거듭 요청해 왔다"며 "고용부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 규정을 개정해 보완서류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립신고를 반려해 지난해 9월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복원하는 것으로 규정을 개정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고용부는 전공노의 노조 설립신고서에 대해 '해직자 및 업무총괄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문제삼아 반려한 바 있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노조 설립신고 과정에서 고용부가 직권남용을 저질렀다"며 이채필 장관을 비롯한 고용부 직원 4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ILO는 또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과 관련해서도 "노조원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보다 폭넓은 경제·사회정책 문제에 대해 공무원노조의 견해 표명을 보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노조원 이익과 직결되는 경제·사회정책 문제에 대한 공무원 노조의 견해 표현은 현재도 보장하고 있다"며 "다만 특정 정당 또는 정치세력과 연계해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정치적 의견 표명은 금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관련해서 ILO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좋은 제도"라며 "대표노조에게 배타적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고 산별고섭을 무력화하며 어용노조 양산 등 부당노동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민주노총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ILO는 그러나 "객관적이고 사전에 확립된 명확한 기준에 의거해 가장 대표성 있는 조직을 결정해 어떠한 불공평성이나 남용의 가능성을 피해야 한다"며 "단체교섭권이 인정되지 않는 소수노조의 경우 자신의 조합원을 위해 의견을 표출하도록 허용되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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