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은 난독증(難讀症) 환자인가?
정권유지책 ‘군사독재=총과 칼’, ‘노무현 정부=특별교부세와 국책사업’
지난해 11월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공무원노동자 한마당 행사에 참석한 5천여명의 공무원노동자들
정부는 8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법무·행자·노동부 장관 명의로 공무원단체와 관련한 담화문을 통해 ‘앞으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불법공무원단체의 위법행위에 대해 범정부차원에서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담화문은 지난달 28일 시행된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공무원노조법)이 ‘무늬만 노조법이지 내용은 노동조합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반발한 공무원 최대단체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등이 ‘법외노조로 남아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공무원노조와 공노총 등 공무원단체들은 지금의 법대로 라면 노동기본권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반발한다. 공무원노조법에 따르면 단결권의 경우 6급 이하 공무원이 노조가입대상이지만 업무 총괄 지위에 있는 6급 담당(계장)은 가입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교섭권의 경우 예산과 법령 등도 교섭 대상이지만 막상 단체협약에 들어서면 법적 효력이 없어 부인되기 때문에 시행은 하지 말고 교섭만 하라는 결과를 낳았다. 단체행동권은 모두 불법으로 규정짓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무원노동자 한마당 행사에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을 풍자한 패러디물
정부는 이날 담화문에서 “법에 의해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활동하는 불법단체는 물론, 합법적으로 설립된 노조나 직장협의회라 하더라도 불법행위를 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불법단체와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은 일체 불허하고 노동조합 전임자 인정, 조합비 일괄공제, 사무실 제공 및 기타 편의제공을 일체 불허할 것”과 “불법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지도부 및 공무원은 모두 자진 탈퇴토록 유도하고 만약 이를 거부하면서 불법 집단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처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5.31 지방선거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경우 위반 시 의법 조치 하겠다”고 말하고 “정부방침에 위배하여 불법단체와 단체교섭을 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불법행위를 묵인 또는 방조하는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특별교부세 삭감과 각종 국책사업 선정배제 등 범정부적인 차원의 행 재정적 불이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담화문에 대해 공무원노조 충북본부는 ‘공무원노조관련 정부담화문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법무부, 행정자치부, 노동부장관의 연합 담화문 발표를 바라보며 우리는 분노에 앞서 참으로 참담한 심경을 느낀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담화문의 주요내용은 공무원노조법이 이미 시행됐으니 법안에 들어와 설립신고를 하지 않으면 모두 불법단체로 규정하여 탄압하겠다는 내용”이라며 “소위 정부의 장관이라는 자들이 법에 의해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노동조합의 법적지위가 ‘법외노조’라는 법적 기초상식도 모른 채 ‘불법단체’운운하는 무식의 소치에 대해 우리는 과연 이러한 자들에게 우리의 국정운영을 맡겨도 좋은 것인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부 담화문은 시종일관 자신들의 무식과 오만을 드러내는 한편의 촌극이라 할 것”이라며 “엉터리 담화문에 대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정부담화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며 정부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공무원노동자 한마당 행사에 참석한 5천여명의 공무원노동자들이 사회공공성 강화를 외치고 있다.
다음은 정부 담화문 주요 내용에 대해 공무원노조 충북본부가 논평을 통해 밝힌 문제 제기내용이다.
-첫째, 법 시행 이후 노조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노조활동을 하는 모든 단체는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이러한 불법단체와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은 일체 불허할 것입니다.
“공무원노조법의 수많은 문제점을 일단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법을 제정함에 있어 이해 당사자의 이해와 요구를 철저히 배제한 체 일방적으로 자신들만의 주장으로 법을 만들고, 거기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으면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는 오만과 독선이 자칭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인가”
-둘째, 불법단체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전임자 인정, 조합비 일괄공제, 사무실 제공 및 기타 편의제공을 일체 불허할 것입니다.
“노동조합 전임자 문제를 비롯한 모든 사항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공무원노조가 자율적으로 협의하고 정할 문제이지 중앙정부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외부단체들에 제공하는 모든 편의사항 또한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할 것이며 이는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독재정권식의 발상이라 할 것이다”
-셋째, 오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단체 입지확대를 위하여 특정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의법 조치하겠습니다.
“물론, 공무원의 업무상에 있어서 엄정한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우리도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공무원 또한 하나의 자연인으로써 특정 정당이나 세력에 대해서 지지할 수 있고, 이런 지지가 업무상 중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시대의 대세이다. 정부는 진정 이러한 시대의 대세와 국민적 공감을 알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일부러 무시하는 것인가”
-넷째, 정부방침에 위배하여 불법단체와 단체교섭을 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불법행위를 묵인 또는 방조하는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특별교부세 삭감과 각종 국책사업 선정배제 등 범 정부적인 차원의 행 재정적 불이익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금일 담화문에 시종일관 흐르고 있는 무식과 오만의 절정을 볼 수 있다. 국민이 납부한 세금에서 교부되는 각종교부금과 국책사업선정의 가장 우선되어야 할 기준은 국가 균형발전과 이를 통한 지방자치제도의 완성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국가예산을 가지고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 단체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참으로 국정운영의 기본조차 모르는 이런 무식한 자들이 국가예산을 가지고 길거리 시정잡배들조차 차마 부끄러워 입에 담기 어려울 협박을 하고 있으니 실로 어이없고 통탄할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논평 끝머리에 “모든 노사관계에 있어서 기본은 대화와 타협”이라고 밝히고 “사회통념상 ‘대화’라 함은 서로의 입장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 하는 것이며, ‘타협’이란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고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을 말한다”며 “담화문에서 모범적인 공무원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겠다는 자들이 대화와 타협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입맛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온갖 월권을 통해 제재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은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라며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아울러 “법무부, 행정자치부, 노동부 장관은 과연 난독증 환자인가? 아니면 일구이언을 일삼는 이부지자(二父之子)인가”라며 비꼬았다.
마지막으로 “공무원노조는 충북본부는 정부의 대응수위에 따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공무원노조 중앙의 결정사항에 따라 지역의 모든 진보적 노동, 시민, 사회단체와 연대하여 굽힘없이 싸워나갈 것”이라며 투쟁의지를 밝혔다.
----------------------------------------------------------------
담화문 발표의 배경
그동안 발표되던 정부의 담화문 내용에 비추어 상당히 강한 메세지로 담화문이 공개됐다. 3부 장관이 합동으로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내용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국민을 상대로 담화문을 발표함으로써 정부가 가지고 있는 막강한 힘의 우위에서 일단 대국민 여론 선점과 아울러 국민들과 공무원노조 사이에 골을 형성시키위함 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공무원노조내의 일반 조합원들의 심리를 위축시킴으로써 탈퇴와 이반을 조성하기 위한 심리전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강경한 선제공격을 위한 선전포고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번 3부 장관 합동으로 담화문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뿐만 아니라 정부에 우호적이라 할 수 있는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마저 특별법 거부를 선언함으로써 정부와 공무원단체와의 명확한 전선이 형성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정부는 이후에 특별법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일단 노동조합법을 만들어 주었다는 명분을 가지고 대국민 여론전에 우위를 점해갈 것으로 점쳐진다.
따라서 담화문 발표를 기점으로 탄압의 명분을 축적한 다음 지난 총파업 때와 마찬가지로
무차별 탄압이 예상되는 지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각 자치단체장들이나 기관장들에게는 이번 담화문 내용이 탄압의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실제로 노조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노조활동을 하는 모든 단체를 불법단체로 규정하면서 탄압을 감행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국민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었다는 충정을 거론하고 있음은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이 철저한 이익 단체로 남길 바라는 정부와 사회개혁의 중심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몸부림을 치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들과 여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사뭇 궁금해진다. / 참솔나무 |
홈으로
> 참여마당 > 자유게시판
이화영기자
홈페이지: -
조회 : 345
의견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