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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우/논설실장·한성대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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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약해지는 우리 수구언론, 그런 모습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 대한 보도에서 어김없이 되풀이 되었다. 이들 언론은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에 담긴 내용 가운데 북한에 대한 것을 한 점 의혹 없이 받아들이고 받들어 모신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을 중심내용으로 삼아 따라 북한을 적대시하고 남북화해를 고민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한다.
미국 주장 의혹없이 받아들여 한국 정부 공격
"한국은 미·북 사이에 낀 '인질국가'가 될 것인가", "부시와 김정일 사이에 낀 노대통령" -일부 수구 언론의 사설 제목이다. 부시 대통령의 말씀을 받들어 모시는 경건한 모습은 거의 종교적 수준이다. 수구언론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구체적으로 표현된 북한과 연관 된 것은 글자 하나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과거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언급 등으로 미뤄 6자회담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미국 대통령의 구체적인 언급과 말로 표현되지 않은 숨은 뜻까지 챙기는 모습은 너무나 진지하고 공손하다. 미국 언론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절대적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태도다. 이런 태도는 당연히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의 달러 위폐 의혹 등을 한 점 의혹 없이 받아들여 북한을 공격하고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쪽으로 연결된다.
이번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북한에 대한 언급이 과거에 비해 약했다. 그러나 우리 수구 언론은 지난 수년간 나왔던 부시 대통령의 북한 언급 내용을 열거하고 이번 국정연설에 담긴 관련 내용을 연결시키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여전히 강경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부시 취임 이래 북한에 대해 언급한 거친 표현들을 줄줄이 소개하면서 부시의 속내가 어떻다 하는 식이다.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남한의 정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우리의 입장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수구 언론에게는 그것이 없다. 미국이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그것은 우리의 현실이고 미래라는 식이다.
수구언론, 부시 연설 가운데 북한 쪽에만 '편향적'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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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조지 부시 미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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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 연설 내용 전반부는 대외정책, 후반부는 국내정책을 담았다. 미국의 언론들의 관련 보도를 보면 국내정책을 기사 앞머리에 올려 보도하고 있다. 최근 인기가 급락한 부시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어떻게 미소 지으며 인기를 만회 하려 안간힘을 쏟는지를 냉정하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수구 언론들은 사설과 해설 기사 등을 통해 국정연설의 전반부의 국제문제, 그 가운데 북한에 대한 것에 온통 초점을 맞췄다. 우리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 백악관의 홍보지 같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국 언론의 존재는 흔적조차 없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시리아·미얀마·짐바브웨·이란과 함께 '자유가 필요한 비민주국'으로 꼽았다. 6자 회담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미국도 합의한 이 회담을 어떤 식으로 전개시킬 것인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물론 말하고 안하고는 부시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그렇다 해도 미국 대통령의 말에 영향을 받는 한반도에 존재하는 언론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을 법하다. 그런데 하나같이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받들어 모시면서 북한에 경고하고 우리 정부를 몰아세운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미 국내정책과 맞닿아 있다. 그것은 미국 집권층의 정파적 이해를 달성키 위한 수단의 하나이다. 대외정책이 무리하면 자연 국내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시 정부의 침략적 대외정책은 미국 내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앞세운 인권 유린행위, 도청 등과 같은 무리수를 범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침략의 명분이었던 대량 살상무기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미 국민과 전 세계를 기만한 꼴이 되었다.
수구언론의 관점은 비주체적 자세
부시는 미 국민의 테러에 대한 공포와 증오를 볼모 삼아 애국심을 부추기면서 대외적인 침략성을 합리화 시킨다. 그러면서 여전히 '민주주의 확산'과 '테러와의 전쟁'을 앞세운다. 자신들의 신념을 무력을 앞세워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미국 헐리우드 영화 '람보'를 연상시킨다. 악으로 규정된 적을 섬멸하기 위해 무차별 살육을 합리화하는 그런 모습이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은 기본적인 윤리가 짓밟히거나 무시된다. 전쟁 당사자들은 서로가 망가지는 것이다.
부시가 내세우는 대외정책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미국은 절대 선으로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종교 교리에 가까울 정도다. 평화는 가급적 평화적인 방법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전쟁은 너무 비극적이어서 최대한 피해야 한다. 자유가 정략적으로 악용되었을 때 진정한 자유와 평화의 길은 더 멀어진다.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우리 수구언론의 비주체적 모습은 많은 것을 고민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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