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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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6년02월16일

파주시장 홈페이지: - 조회 : 346

인사를 단행한 어느 자치단체장의 고뇌

자기 할 탓입니다.

2006년 정기인사를 2월 11일자로 단행했습니다. 이번 인사도 정말 난산이었습니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뜻하는 것처럼 인사는 참 어려운 일임을 또 한번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 인사처럼 일이 어려울 땐 역시 원론과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순리를 따라 단안을 내렸습니다. 사심 없이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홀가분한 느낌도 갖습니다.

결단은 지난해 두 번의 인사처럼 연공서열을 따지되 발탁도 가미 했습니다. 발탁은 특히 고생 많이 하고 열심히 일한 사람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한 것 만을 평가하지도 않았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가시적인 실적과 성과가 있는 사람을 발탁 했습니다. 나이 많고 근무연한만 따져가며 때가 되면 의례 한자리 올라가는 식의 인사는 지양 했습니다.

인허가 부서에 장기근속한 사람은 지원부서로 전환배치토록 했습니다. 일부지원부서에는 항상 고참을 배치하는 등 다음 순서를 기다리게 하는 ‘관례인사’는 가급적 회피했습니다. 특정부서에서 뺑뺑도는 ‘회전문 인사’가 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대신 업무의 성격 등을 감안해 적재적소를 고려했습니다. 실질적으로 그 자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를 골랐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직렬 때문에 옴짝달싹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 아쉬웠습니다.

간부인사는 부하의 능력을 키워주고 조직원 화합을 이끌 인물인가 따져 봤습니다. 실력 있고 머리도 있지만 독불장군식 또는 불만 표출형은 일단 간부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자신의 단점을 알고 묵묵히 일한 사람은 다시 한번 기회를 주려고 했습니다. 인사청탁이 대부분 없어졌지만, 그래도 부탁해온 2명이 있었습니다. 2명 모두 빼버렸습니다. 인사부서장이나 인사부서에 부탁한 4명도 배제시켰습니다.

색티즘의 싹이 잔재해 있는 부분도 경계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이미 우리 파주시 인사는 제자리를 찾았다고는 하지만, 승진후보 조서에 비친 평점을 보면 아직도 ‘아무개 계(系)’란 소리가 나올 법한 경우도 눈에 띄었습니다. 바빠서 교육을 못간 사람이 평점순위에서 밀린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짚어 봤습니다.

이제 인사는 끝났습니다. 이번 인사로 섭섭해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임용장 수여식에 참석안한 간부들 중에 한두 분이 그랬다는 설이 있습니다. 저는 역시 설이기를 바랍니다. 섭섭해 하는 분들에게도 기회는 또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파주만큼 공무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도시도 없을 겁니다. 한두 해 늦고, 가기 싫은 격무 부서에 갔다고 해서 기나긴 공직생활에 뭐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실력을 쌓고 앞으로 기회에 대비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기 할 탓입니다.

반면에 인사에서 선택된 사람, 특히 계장급 이상 간부들은 이번의 영예가 독(毒)이 되고 화(禍)를 불러 올 수 있는 혹독한 시험무대에 서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간부는 업무에 임하는 마인드,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과 빠른 추진력, 비리를 저지르거나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는 도덕성 등 3가지 점에서 하나라도 소홀한 점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다산 정약용선생의 목민심서 용인(用人)편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진실로 쓸만한 사람이 없으면 별수 없이 자리를 채우되 정사를 맡기지 말라” 그렇습니다. 아주 꼭 맞는 말입니다. 시장이나 부시장 국장 과장이 업무를 주지 않는, 믿고 맡길 수 없는 간부가 되지 않도록 정진하기 바랍니다.

간부의 경우 특히 일하는 스타일과 부하관리는 중요합니다. 주사보에서 계장으로 올라 갔을 때의 스타일이나 부하를 관리하는 방법은 달라져야 합니다. 계장일 때와 과장 국장일 때 그것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점을 보직간부들은 곰곰이 생각바랍니다.

저는 사람 됨됨이나 능력 등을 평소 차상급자 또는 차차 상급자 등에게 물어 계속 체크를 합니다. 이번 인사에도 그런 체크내용을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끝내고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는 “왜 내가 그런 애를 데리고 일해야 되느냐”(모읍장)와 “왜 내가 그런 계장 밑으로 가서 일을 해야 되느냐”(모 토목7급)였습니다. ‘그런 애’ ‘그런 계장’이 되지 않도록 진심으로 부탁합니다. ‘그런 사람’은 다산선생의 말대로 업무를 주지 않는게 아니라 아예 자리를 없애 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2006. 2. 13 시장 유화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