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 옮기자니 비용이 엄청 들고, 출퇴근도 마찬가지고. 왜 아랫 사람(공무원)들이 부담을 뒤집어 써야 하죠."
<세종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조감도>
정부기관의 세종시 이전이 오는 11월 말부터 시작된다. 해당 정부기관 공무원과 산하기관 종사자들은 '정부의 뜻을 받들어' 세종시로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기관은 15부 2처 18청 중 9부 2처 2청으로 총 36개. 해당 공무원은 1천452명으로 올해 11월29일부터 2014년말까지 세종시로 옮겨간다.
이들 중 대다수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자녀의 교육과 배우자의 직장 문제 때문에 선뜻 세종시로 거주지를 옮기기 어렵다. 때문에 이사를 가지 않는다면 세종시까지 통근을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세종시로 옮겨가는 공무원을 위한 대책이 미비하다는 것.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는 2007년 건설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이들을 위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참다 못한 공무원들은 2010년 정부에 세종시 이전 공무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은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공공임대아파트 공급규모 확대 및 임대료 지원 ▶분양아파트 분양가 인하 ▶등록세 감면 ▶포장이사 수준의 실비 지급 ▶맞벌이 배우자 동반 이전 시 직업 알선 및 전직 지원 ▶이전 불가능한 직원에 대한 대책 마련 ▶한시적인 지방이전수당 지급 등이었다.
세종시 이전을 7개월 앞 둔 지금 정부가 받아들인 요구사항은 등록세 감면과 이사 실비 지급 두 가지가 전부다. 이것도 지난해 12월이 되서야 해결됐다.
하지만 세종시 정착에 드는 비용과 타 지역에서 통근을 할 때 드는 교통비를 지원해 달라는 요구에 정부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서울역에서 오송역까지 KTX를 이용할 경우 공무원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월 30만원 정도가 소비된다.
아파트 분양가는 더 큰 문제다. 행정복합도시 건설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0년 처음 내놓은 아파트 분양가는 3.3㎡(1평)당 평균 700만원을 웃돌았다. 토지구입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세종시에서 분양가가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심하자 곧 650만원선으로 값을 내렸다. 초기 분양가에서 조금 낮추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세종시에 집을 사는 공무원을 위한 가격 인하는 없었다. 결국 아파트 분양이 시작됐고 일반인과 이미 근무지가 옮겨간 기관의 공무원들이 아파트 입주를 시작하자 분양가 인하는 흐지부지 돼버렸다.
맞벌이 배우자의 직장 문제는 초·중등 교사를 제외하고는 답이 없다. 세종시로 근무지가 옮겨가는 공무원의 배우자는 세종시 교육청 소속 학교에 우선 배치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 복지를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에 대한 불만이 높다. "행안부가 세종시로 내려가는 부처가 아니다보니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공무원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실제로 행안부의 2010년 업무 보고에는 '세종시'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기관이 포함된 노동조합은 정부의 이같은 대응에 맥이 풀린다. 정부에 요구한 이주지원대책 중 소소한 것만 받아들여진 상황에서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나가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다. 세종시에 청사가 들어섰고 먼저 세종시로 옮겨간 공무원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정부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세종시 이전 공무원의 의견이 전달되길 바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병희 중앙행정기관본부장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이 확정된 이상 통근버스와 정착지원비 지급, 문화시설 확보 등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데 필요한 대책 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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