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나중에 정치하려는 거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라도 공무원 사회의 견고한 ‘침묵의 카르텔’에 조그만 균열을 내고 싶었어요.”
행정고시 출신인 김은정 전 여성가족부 인력개발과장(48·사진)은 지난 2일 사직하고 새 일자리를 얻었다. 민주통합당 은수미 당선자의 보좌관 자리다. 3급 부이사관 자리를 버리고, 4급 보좌관으로 ‘하향 지원’한 것이다.
김씨가 17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민간인 불법 사찰’이었다. 그는 “행시 출신의 이른바 ‘공무원 엘리트’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민간인 사찰에 가담한 걸 보고 같은 공무원으로서 자괴감을 느꼈다”며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공무원이 정작 인권이나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감수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부터 공무원 사회의 보신주의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참여정부 때 대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비판하던 고위 공무원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정부 방향에 조금만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으면 ‘왕따’ 취급을 당하는 분위기도 느꼈다. 그는 “4대강 사업 같은 것은 환경부 같은 곳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불법 사찰이야 장진수라는 내부 고발자라도 있는데 공무원 사회에서 내부 고발자는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공무원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리만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내기 힘들다”며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국민에게 영혼을 맞추면 된다”고 말했다.
안정된 수입과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버리고 길어야 4년인 국회 보좌관에 지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1994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김씨는 2001년 여성부 출범 이후 줄곧 여성가족부에서 일해왔다.
사직할 뜻을 굳힌 뒤 마침 여성·노동 분야 보좌관을 찾던 은 당선자와 만나게 됐다. 그는 “지금 여성 문제에서 중요한 부분이 여성 노동 문제”라면서 “은 당선자가 노동문제 전문가니까 이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은 당선자와 함께 여성·노동 간담회와 세미나를 찾아다니는 김씨는 “여성가족부에 있을 때 결재만 하면 됐는데 여기선 일일이 자료를 챙겨서 뛰어다녀야 하니까 힘들다”고 웃었다. 그는 “좋은 공무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선 우선 좋은 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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