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행정자치부와 울산시가 충돌하고 있다. 갈등 요인은 울산시 공무원 징계여부나 인사문제 등이다. 비소 함유 토양 오염 처리 문제를 놓고 행자부가 울산시 공무원 9명의 징계를 요청했다가 울산시가 ‘무혐의’ 처리한 게 최근 사례다. 2004년엔 공무원 노조 파업참가자에 대한 행자부 징계요청을 울산시가 거부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2003년엔 행자부가 울산시의 내부승진 의지를 묵살한 채 울산시 행정부시장을 행자부 인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4년째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금속 비소가 갈등 야기=울산시 인사위원회는 지난 17일 울산북구 상안동 달천폐광 지역의 아파트 개발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을 징계하라는 2차례의 행자부 권고를 무시했다. 행자부는 울산시가 비소로 오염된 달천폐광 땅 11만㎡를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2,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 허가를 내줬다며 울산시 환경담당 국장 등 9명을 중징계 또는 훈계토록 지난달 요청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이에 대해 ‘불문’ 결정을 내렸다. 관련공무원들의 책임을 물을 만한 사안이 안 된다며 행자부 요청을 깔아뭉갠 것이다.

문제의 달천폐광은 1,000년 이상 철광을 캐오던 곳. 1995년 폐광 뒤 주거지역으로 고시돼 현재 아파트 단지로 개발 중이다. 문제는 달천폐광 토양에 비소를 포함한 아연과 니켈 등 인체유해 중금속이 법정기준치 이상 함유된 것으로 판명되면서부터 발생했다.

울산시는 작년 4월 현대산업개발이 1,995가구의 아파트 건설허가를 내자 토양개량과 아파트 건설을 동시에 하라는 조건을 내걸어 허가해줬다. 그러나 작년 7월 울산시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인 행자부는 먼저 오염토양 정화작업을 한 뒤에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어 오염토양 정화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할 수 있게 허가를 내준 것은 특혜라며 관련 공무원 9명의 징계의견을 냈다.

◇4년 전부터 시작된 갈등=공교롭게도 달천폐광에 대한 행자부 감사가 시작된 시점은 전국공무원노조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문제로 행자부와 울산시가 갈등을 빚고 있던 때였다. 2004년 11월 전공노 파업 때 울산시 공무원 가담자수는 1,152명으로 전국 파업참가자 2,541명의 절반을 넘었다. 여기에 노동계 출신의 울산시 북·동구 구청장이 행자부가 내린 징계지침을 거부해 행자부가 ‘앙심’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달천폐광 개발 문제에 대한 행자부 감사를 두고 표적감사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행자부는 그러나 표적감사 논란에 대해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종합감사는 늘상 있는 일이고, 사약으로 쓰일 만큼 위험한 중금속을 함유한 땅을 정화하지 않고 아파트 건설허가를 내준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은 것 역시 적법한 일이라는 것이다.

2003년 행정부시장 임명 문제도 있다. 울산시는 당시 시 사정을 잘 아는 내부인사 승진을 원했으나 행자부는 행자부 인사를 임명했다. 이 부시장이 명예퇴직한 작년 7월엔 반대로 행자부가 후임 5명을 천거한 데 대해 울산시가 거부했다. 울산시는 이어 시 내부인사를 승진발령토록 행자부에 요청했고, 행자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러다보니 ‘특별한 계기’가 있기 전에는 행자부와 울산시 간 거부권 주고받기는 계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한태기자 kh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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