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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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6년02월27일

민중의소리 홈페이지: - 조회 : 344

[논평] 참여정부 3년, 민중의 기대는 배반당했다

2월25일로 참여정부는 만3년을 맞았다. 시중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지만 집권세력은 성장잠재력 확충, 북핵위기의 평화적 관리, 권위주의 타파 등을 내세우면서 좋은 평가를 내려달라고 항변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자기 자랑에서 첫 손에 꼽히는 것은 '경기부양을 위한 독약'을 쓰지 않은 최초의 정부라는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집권초기에 내놓은 인위적 경기부양책이 거품을 만들고, 이 거품이 집권후반기에 와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현 정부가 이렇다할 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기다려 온' 것도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참여정부 스스로도 최대의 과제라고 부르는 '양극화 문제'를 불러온 것도 엄연하다. 지난 3년간 기다려 온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노동자 서민이었던 셈이다. 노동자 서민들은 실질 생활수준의 하락을 겪으면서도 '곧 좋아질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믿고 기다려왔다.

세돌을 맞은 참여정부는 이제서야 큼직하게 양극화 해소를 구호로 들고 나왔다. 그러나 그 동안의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 기업규제 완화라는 낡은 레코드판만 계속 돌고 있을 뿐이다. 양극화를 해소하자면서 내놓은 대안은 하나같이 비정규직과 같은 '질낮은 일자리'를 늘리는 계획 뿐이다. 빈익빈부익부의 양극단에서 바닥을 이루고 있는 집단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자면서 동시에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이 역리(逆理)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 지 궁금할 뿐이다.

참여정부가 또 다른 자랑으로 내세우는 것은 한미동맹의 복원과 북핵문제의 평화적 관리다. 촛불시위에 힘입어 당선된 현 정부는 초기에 '반미정부'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고, 또 집권층 일부에서도 '반미적 색채'를 지지층 결속의 수단으로 써왔다. 그러나 이제와서 참여정부를 반미로 부르는 사람은 극단적 친미를 표방한 한나라당뿐이다. 이들조차도 진정으로 참여정부를 '반미'로 본다기보다는 집권전략의 차원에서 반미로 몰아붙이고 있을 뿐이다.

실상에서 놓고 보자면 참여정부는 과거 정부와 조금도 다르지 않고, 오히려 김대중 정부보다도 후퇴한 친미정권이었을 뿐이다. 참여정부는 집권 3년동안 대대적인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했고, 주한미군의 평택재배치를 허용함으로써 한미동맹을 침략동맹으로 변조시켰다. 과거 정부도 건드리지 못했던 스크린쿼터를 반토막내었고, 농민들의 유일한 생존수단이었던 쌀을 개방했다. 집권세력 내에서조차 비판이 터져나올 정도로 참여정부의 대외정책은 친미 일변도로 기울어지고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관리도 그렇다. 북과 미국이 정면 대결을 벌여온 핵문제에서 남쪽 정부의 입지가 매우 좁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미국을 설득하지도 못했고, 북과의 합작도 실현하지 못했다. 자신의 처지가 애매하다는 이유로 어떤 때는 미국편을 들고, 어떤 때는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실질적 문제해결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낙제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좋은 성적이라고 내세울 무엇도 없다.

그나마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아왔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자리를 잡은 남북 협력 기조는 이 정부 들어서 꾸준하게 유지되어왔다. 사회 각분야에서의 대북협력과 연대사업을 가로막지 않은 것도 잘한 일이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자랑은 정치에서 탈권위주의를 실현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는 처음부터 권력의 분산을 내세우면서 여당 검찰 경찰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통제를 약화시켰다. 오랜 기간의 독재를 겪었던 우리 민중들은 때때로 여기에 환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무현식 '탈권위 정치'는 결과적으로 권력기관에 대한 문민 통제를 약화시키고 개혁을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

참여정부가 자랑한 언론자유는 언론엘리트들의 일방 독주를 낳았고, 검경에 대한 통제 대신에 자리잡은 것은 사법엘리트들의 전횡이었다. 국가보안법 같은 핵심개혁 과제는 말만 난무하다가 끝내 다음 정부로 미뤄지고 말았다.
국가보안법 폐지가 무산된 과정은 참여정부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참여정부는 대통령의 절대적 리더십을 스스로 버렸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민중적 힘의 결집은 추구하지 않았다. 일부 지식인 그룹과 시민단체의 지지는 얻었으나, 이들의 힘만으로는 강고한 수구보수세력의 저항을 돌파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참여정부가 내놓은 권력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시장에 대한 통제권이었다. 금산법, X파일 처리에서 드러난 것처럼 재벌의 경제권력은 이제 누구에게도 도전받지 않는 거대권력이 되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민중의 일상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참여정부는 이를 경계하기는커녕 재벌 권력에 항의하는 노동자 서민의 움직임에 차가운 조소를 보냈을 뿐이다.

과거 어떤 정권보다도 민중의 기대위에서 창출되었고, 탄핵이라는 절대 위기에서도 다시 민중의 힘에 기대어 일어섰던 참여정부는 이제 스스로의 손으로 몰락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모든 것을 내놓았다지만 그것을 가져간 이들은 민중이 아니라, 미국과 기득권층이었다. 이제와서 참여정부가 민중의 편이요, 다만 힘이 모자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참여정부에 걸었던 민중의 기대는 배반당했다.

2006년02월27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