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며칠전 까지 문화부 직원으로 일했던 전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연구실장과 덕수궁미술관장 그리고 학예연구실 조사연구팀장 직무대리를 거친 정준모(별정 4급 상당) 입니다.
저는 직장협의회원자격을 갖추지 못해 회원도 아니었습니다만 공직자의 해직과 관련해서 여러분께 제 일이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오늘 10년간 일하던 직장의 책상이 아닌 저의 좁은 책상에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오늘 문득 떠올리는 생각은 역시 인간은 특히 개인은 집단과 조직의 힘 앞에서는 무력하지 않을 수 없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저를 기다리고 있는 미지의 새로운 일들을 해나갈 마음도 다잡아 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해야 할 일은 제가 왜 직권면직 그중에서도 징계면직을 당해야 했느냐하는 사유를 아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간의 호불호가 또는 질투심 많은 무리들이 거는 시비정도에는 어느정도 내성이 생겨있었지만
어느 날 문득사람을 자르는 해고시키는 횡포로 나타난다면 그것도 대명천지에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이때 한때 이 나라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일해 왔다(?)는 사람에 의해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국립미술관에서 학예연구실장등 으로 10여 년간 일했던 제가 어느 날 이유도 없이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것조차 하긴 이후에 공식결과에 대한 통보조차 문건으로 받지를 못했습니다. 저는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날 병가 중이었고 미술관의 몇몇 동료들로부터 오후에 전화로 저의 징계관련 회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출근해서 보니 컴퓨터는 더 이상 내부 망에 연결되지 않고 그래서 인사 담당 과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미안하다. 동료를 동료의 손으로 자른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좋다” “그 마음 이해한다.” “이런 일이 나로 인해 비롯되어 당신을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징계사유나 알고 싶다. 나도 이유는 알아야 징계결과에 승복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제게 부여된 권리를 행사 할 것 아니겠는가 라는 요지로 물었습니다. 그러자 담당과장은 제게 징계결과 통지서는 우편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징계사유는 법적으로 따지게 되면 그때 가서 다 알게 될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징계사유를 알고 싶으면 법정으로 가야만 한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저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해 보아야 서로 감정만 쌓일 것 같아 그는 그의 직책상 업무를 처리 한 것 일 뿐 일테니까 말입니다. 관장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아 참 막 일어서려는데 인사를 담당하는 과장님과 인사담당 사무관(미술관에서는 그를 홍위병 또는 완장이라고 부릅니다만) 이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막 나가는 길이다 잘 계시라고 하면서 악수를 청했습니다. 과장님과 악수를 마치고 담당 사무관에게 악수를 청했더니 뒷짐을 진채 그냥 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약간 언성이 높아지긴 했습니다만 참으로 어이가 없더군요. 미술관을 떠나올 때 약간의 이런 소란이 있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만 아무튼 저는 징계절차도 이유도 모른 채 알려달라고 해도 알려주는 사람조차 없는 채 마치 유령에게 직권면직을 당한 듯 멍한 채 직원들에게 열심히 성실하게 하시라는 이야기는 차마 못한 채 왜냐하면 해직사유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간단하게 건강하시라고 인사들을 드리고 10년간 봉직했던 청계산 골짜기의 국립현대미술관을 등에 두고 돌아서 나왔습니다.
돌아보면 후련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시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별정직이라 해서 기관장이 인사권을 위임받고 있다고 해서 이렇게 칼로 무우 자르듯 하면서 사유도 모름채 소명한번 해보지 못한 채
앞으로 책임운영기관의 별정직은 물론 일반직과 기능직등등의 직렬의 식구들은 모두 풍전등화의 입장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사실 직권면직 그것도 징계면직을 당한 절차가 진행되는 것도 모른 채 또 징계사유와 증빙자료도 보지 못한 채 단 한번의 소명기회도 가지지 못한 채 이렇게 일이 마치 인천상륙 작전하듯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징계면직을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우선 제 면직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전공노회원 여러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어제 저는 내용증명으로 달랑 제가 직권면직되었다는 공문 한 장 받았습니다. (첨부화일을 보세요)
저는 이것이 알고 싶을 따름입니다. 뭘 알아야 저는 마음을 정하고 다음의 일들을 정하고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징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징계사유조차 알려주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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