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국제노동기구(ILO)가 29일 우리 정부에 공무원의 단체행동권(파업권)을 최대한 보장할 것을 권고함에 따라 공무원 노조활동을 둘러싼 노정 간의 갈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28일 발효된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 노조에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해 주고 있으나 파업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등 공무원 노조는 파업권 허용 등을 강력히 요구하며 정부와 맞서고 있다.

ILO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결사의 자유위원회 회의’를 열고 우리 정부에 공무원의 파업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5급 이상 공무원과 소방관 등에게도 단결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권고문을 채택했다.

이는 현행 공무원노조법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은 파업권을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단결권은 6급 이하 공무원에게만 허용하고 6급 이하 공무원 가운데 소방관 등 특정직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외노조로 남아 있는 전공노와 공노총이 파업권 허용과 단결권 확대를 요구하며 대정부 연대투쟁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아 노정 간의 대립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노총의 한 관계자는 “ILO가 합리적인 판단을 제시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면서 “이번 권고에 따라 공무원의 파업권 허용 등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총력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노총은 지난 2월17일 현행 공무원노조법이 공무원의 단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를 ILO에 제소했다.

ILO는 또 노사가 자율협상을 통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가 마련 중인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에 포함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이번 권고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여부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라며 “노조의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ILO도 정책을 결정하는 공무원에게 파업권과 단결권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이번 권고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ILO측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남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