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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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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다 있어요 "
망신도 보통 망신이 아니다.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을 보지 않은 건 아닌데 말이다. 건교부 노조에서 전화가 왔는데, 공무원노조법에 따라 독자적인 건교부 노조를 설립할 수 없다고 했다. 건교부만 그럴 건가. 행정 각부에 이미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2006년 1월28일 시행된 공무원노조법에 의해 설립신고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디,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 이렇게 비상식적인 규정이니 차마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겠지, 위안해 본다.
공무원노조법, 최소설립단위를 헌법기관으로만
공무원노조법 제5조(노동조합의 설립) ①공무원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행정부, 특별시, 광역시·도, 시·군·구(자치구를 말한다) 및 특별시, 광역시·도의 교육청을 최소단위로 한다.
행정부라 함은 기획예산처 등의 4처, 재정경제부 등의 18부, 특허청 등의 16청을 가리킨다. 건교부 노조, 노동부 노조, 문광부 노조, 이런 곳도 단독으로 공무원노조 설립을 못한다는 이야기다. 국가정보원이나 감사원 등의 대통령 소속 기구,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국무총리 직속 기관도 행정부의 조직이니 이런 곳도 독립적으로 노조 설립을 하지 못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동위원회나 산재보험심사위원회 같은 행정부 산하 기관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이런 곳들은 어떻게 노동조합을 설립하라는 것인가. 모두 행정부에 속하니 단일한 행정부 노동조합을 설립하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다 되었는데도 아직 행정부 노동조합은 설립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 행정 각부로 조직되어 있는 현재의 노동조합은 법외 노동조합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최소설립단위 조항, 위헌 소지 많아
왜, 이런 조항이 만들어졌느냐고요 정부는 이렇게 답한다. 공무원의 경우 헌법기관을 기준으로 최소 설립단위를 정한 것이라고. 헌법에는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행정부, 지방자치단체 순서로 장(章)이 나열되어 그 기관의 구성과 권한 등이 명시되어 있다. 단지, 이유는 그것 하나뿐이다. 행정부는 행정부 하나로만 그 장이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정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그 문제점을 몇가지는 지적할 수 있을 정도다.
첫째, 노동자의 단결권이란 노조 조직의 형태, 가입범위, 운영방식을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리키는 것인데, 조직의 최소단위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단결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최대 단위 제한이 없는 것을 고마워해야 할까!).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공무원노조의 설립형태를 그 어떤 방식으로든 제한하지는 않는다.
둘째, 일반 노동자의 경우 조직 구성원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노조를 설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의 경우에만 합리적인 사유 없이 최소설립단위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서 정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셋째, 물론 헌법에서 보장되는 기본권이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배치될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기관이라는 단위가 최소 설립단위가 되어야 할 필연적인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최소설립단위를 제한할 경우 이질적인 조건과 환경에 처한 수십만의 행정부의 공무원들은 반드시 하나의 조직으로만 단결해야 하므로, 조직의 효율성을 해칠 수 있다. 허용될 수 있는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참, 행정부의 주요한 근무조건에 관하여는 행정부 전체 단위로 일률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시·군·구의 경우에도 주요 근무조건은 일률적으로 결정됨에도 독자적인 설립이 가능하므로, 핑계거리가 되지 않는다.
넷째, 이 법의 복수노조에 관한 규율과 관련해서도 불균형이 있다. 이 법은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제2, 제3의 전국공무원노조와 같은 전국단위의 조직을 설립할 수 있고, 전국단위의 조직과 부분적으로 중복되는 다른 단위의 조직을 설립할 수 있다. 그것도 복수노조를 2006년까지는 금지하는 노동조합법 적용도 배제하면서 말이다.
최소설립단위 규정 없애야
이 규정에 의하면 100명도 안 될 헌법재판소 공무원이나 광역시·도 교육청 공무원들은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고, 수천명에 이르는 건교부 공무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지 못하게 된다. 노동조합의 규모가 커져서 좋은 점도 있기는 하다. 전국공무원노조는 그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2명의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든 전국의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든, 그것은 자유의사에 달린 문제이다. 교섭의 단위를 제한한다고 해서, 노조 설립 단위까지 제한하는 것은 비상적이다.
상담문의 : 법무법인 한울 노동문제연구소 http://www.lawhanul.com, 02-593-6501
정경심 mamma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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