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국가가 인정한 노사관계 전문가인 전·현직 근로감독관과 노동위원회 심사관 4명이 26일 헌법재판소에 섰다. 지난 1월말부터 시행된 공무원노조특별법이 위헌이라고 제소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특별법과 시행령 작성을 주관한 노동부 소속 공무원노동자들이다. 이번달 12일 소방공무원의 헌법소원, 2월 공무원노조총연맹의 헌법소원과 마찬가지로, 공무원노동자의 단결권을 과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을 문제제기하며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지난해 9월 전국공무원노조가 노동3권을 포괄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을 포함하면, 단결권 문제를 두고 4번째 헌법소원이다. 공무원노동자의 단결권 문제가 공무원 노사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 지난 4월 중순 소방공무원 노동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모습.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간다

공무원노조 단체 중 ‘강성’으로 분리되는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권승복)의 경우는 노동3권의 쟁취를 목표로, 특별법에 따른 설립신고를 거부하고 법외노조로 남아 있다. 공무원노조의 경우 정부와 장기간에 걸친 법리·조직·명분 투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공무원노조총연맹(위원장 박성철)의 경우 설립신고를 유보하고 법외노조로 남아 있는 가장 중심적인 이유는 단결권의 제약 문제다.

“현행 특별법대로 한다면 현재 우리 조직의 조합원, 집행부 중에서도 노조가입 금지 대상자가 많다. 노조도 제대로 유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노동부는 시행령을 제정한답시고 특별법 상의 단결권 조항을 제멋대로 해석, 확장하고 있어 시행령안을 하나도 수용할 수가 없다.”<지난해 11월7일자 박성철 위원장의 본지 인터뷰>

공노총은 1월 시행 이후에도, 유보 중인 설립신고를 추진할 명분도, 조건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현재 공무원노조는 특별법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들어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3월22일 행정자치부의 ‘불법단체 합법노조 전환(자진탈퇴) 지침’ 이후에 정부는 공무원단체의 합법노조 가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4월말 현재 설립신고필증을 받아간 공무원노조는 20여 곳에 불과하다. 조합원 수도, (노동부가 취합한 것을 기준으로) 2만3천여명선이다.

당분간 이 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법내 노조로 ‘교섭과 조합원 권익’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공무원단체들마저, 단결권 제약이라는 ‘협소한 문’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지난 26일 헌법소원을 접수하고 있는 노동부 근로감독관.

ILO 권고 이후 더 옹색해진 협소한 단결권

더구나 지난달 말 ILO가 △5급 이상 공무원의 조합결성 권리를 보장할 것 △소방원이 스스로 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보장할 것 등의 단결권과 관련된 ‘구체적인’ 권고를 내린 이후에, 단결권 제약의 ‘명분’은 더욱 옹색해졌다.

열악한 근무조건을 호소하며, 헌법재판소를 찾은 소방공원원의 이야기가 여러 언론을 통해 소개됐고, 26일에는 노사관계 전문가인 ‘근로감독관’마저 위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6일 행정부노조 설립 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중앙부처 직장협의회 대표자의 말이다. “현재 특별법이 정한 단결권의 범위에 맞추기 위해선 현재 조직의 주요 간부와 조합원은 조합원이 아닌 사람이 돼야 한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정부는 마냥 특별법 내로 들어오라고 압박만 하고 있다. 어떤 개선점, 하다못해 명분도 준 적이 없다.”

일선 학교 공무원, 90%가 가입금지 대상

현행 공무원노조특별법은 5급 이상 공무원, 교정·수사 등 업무종사자, 지휘·감독자, 업무총괄자, 인사·보수업무 종사자 등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시행령에서 조목조목 ‘가입할 수 없는 자’를 지목하고 있다. 다른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공무원, 임용, 복무, 징계, 소청심사, 보수연금 등 후생복지업무 종사자, 예산 편성·배정 및 행정기관의 조직·정원관리에 관한 업무 종사자, 보안·청사시설 관리·질서유지·청사방호 및 비서·자동차운전업무 종사자 등으로 ‘포괄적’이며, 동시에 ‘구체적’인 노조가입 금지대상을 지목해 두었다.

이에 따라 모법에서 노조가입 대상으로 보는 6급 이하 공무원의 상당수가 가입대상에서 배제됐다. 행자부는 2004년 10월 기준으로 교정·수사업무 종사자 120,762명, 5급이상 공무원 37,007명, 업무총괄자(시·군·구의 경우 6급이 담당함) 30,156명, 인사·보수업무 종사자 35,000명으로 추산했다. 또하 2006년 1월 제정된 시행령이 가입을 금지하는 것까지를 따지면 92만 공무원(군인 제외) 중 29만명만이 가입대상자가 된다.

이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적용받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이 노조가입 범위에 대해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사용자 또는 항상 그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것과는 대단히 다른 것이다.

특히 이같은 특별법과 시행령이 최근 정부의 추진해 온 행정기관 개편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일선 행정기관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팀제’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6급 공무원의 상당수가 팀장을 맡고 있다. 특별법은 6급 이하 공무원을 가입 대상으로 하면서, ‘지휘·감독권 행사자’, ‘업무총괄자’는 가입을 금지했다. 사실상 ‘6급 이하 공무원은 가입대상’이라는 특별법의 원칙은 현실성이 사라진 것이다.

또한 교육기관 공무원 노동자의 경우 16개 교육청 산하에 일하는 6급 이하 공무원은 60,787명 중 70%가 가입금지 대상이다. 특히 각 학교에서 일하는 6·7급 행정실장의 경우는 전원 가입금지 대상이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경우 90%가 노조가입이 금지돼 있다. 중앙부처의 경우, 5급 공무원들이 실무를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 가입 범위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또한 행정기관은 각 기관별로 노조를 만들지 못하고, 행정부의 단일노조로 만들게 한 ‘최소 설립단위’ 규정은 ‘해괴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노조 조직의 형태, 가입범위, 운영방식을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리키는 것인 단결권이라는 말이 전면 부인됐기 때문이다. 이 부분 역시 26일 근로감독관 노동위 심사관들이 제출한 헌법소원의 일부로 들어가 위헌 여부를 가리게 될 예정이다.

2004년 노동부 직협 설문조사
“90%가 근로감독관 노조가입 허용해야”

노동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노동자들은 공무원노조특별법에 대해, 특히 단결권의 범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특별법의 국회 통과 이전인 2004년 8월말 당시 노동부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조사한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현재 시행 중인 법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당시 설문조사에는 직협 회원 1700여명 중, 828명(근로감독관 430명 포함)이 참여했다. ‘근로감독관의 노조 가입을 허용 여부’에 대한 질문에 90%(748명)이 '허용해야 한다'고 답을 했고, '안 된다'는 답은 6%(49명)에 불과했다. 설문에 참여한 근로감독관 430명 중 91%(394명)이 '허용해야 한다'고 답을 했으며, '허용해선 안 된다'는 답은 4.6%(20명)에 불과했다.

직급별 가입허용 범위와 관련해서도, '5급 이상도 허용해야 한다'는 답이 42.8%(355명), '5급 중 중앙부처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경우는 허용해야 한다'는 답도 28.9%(240명)였다. 두 질문에서 겹치는 부분인 5급 중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노조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답이 71.7%에 달하는 것이다. 반면 '6급 이하면 허용해야 한다'는 답은 28%(232명)이었다.

응답자의 71.7%가 이는 ILO가 지난달 28일 권고한 범주 즉, “5급 이상의 공무원이 자신의 이해보호를 위한 조합결성권리를 보장하고, 공무원 조직을 약화시킬 정도로 포괄적으로 정의하지 말라”는 범주와 같은 범위를 공무원의 노조가입 허용 가입범위로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