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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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6년06월01일

레이버투데이 홈페이지: - 조회 : 348

5월25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나

5월25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나

“경찰은 자극하고 때리고 잡아갔다”

농업진흥청은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다면평가’ 시간을 아침 7시40분으로 갑작스레 변경해 청 대강당에서 강행했다. 공무원노조 농진청지부 조합원 10여명과 노조 중앙에서 온 간부 10여명 등 20여명의 시위대가 다면평가 관계자들의 대강당 진입을 막으려고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청원경찰, 수원 중부경찰서 소속 경찰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8시경, 다면평가 관계자 대부분이 대강당으로 들어갔고, 강행됐다.

시위대 사이를 막고, 둘로 쪼갠 경찰

8시경부터 경찰은 농진청 입구를 봉쇄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우회로를 통해 농진청 대강당 앞에 모였다. 인원은 100여명, 항의집회를 시작했다. 10시20분경, 이미 농진청 안에 들어와 있던 100여명은 항의 집회 신고 장소인 농진청 입구쪽으로 내려왔고, 입구 밖에는 여러 지역에서 모인 공무원노조 조합원 20여명이 청내에 있던 참가자들과 합치기 위해 농진청쪽으로 올라왔다.

집회신고는 농진청 정문 앞 오전 11시로 돼 있었다. 이미 농진청 안에 들어와 있던 100여명이 집회 장소로 향해 가는 길을 경찰이 막았고, “나가는 사람 왜 막냐”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밖에 있던 20명도 입구에서 막혔다. 그 사이에는 경찰병력이 있었다. 노조 조직실 관계자는 “모여서 항의 집회를 할 예정이었는데, 대오가 갈라진 상태에서 집회를 열 순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농진청에 투입된 경찰 병력은 집회 참가자보다 많았다. 또한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운동화를 신은 사복 차림에 경찰이 50~60여명 있었다”는 것이다. 집회 참가자 중에는 사복경찰을 농진청 간부로 오해한 사람도 있었다. 입구를 사이에 두고 허리가 잘린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특히 사복 차림의 경찰과 참가자들 사이에는 막말과 멱살잡이도 있었다. 시간은 오전 10시40분경.

▲ 농진청 집회 중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실신한 최낙삼 공무원노조 대변인.

이례적으로 많았던 사복경찰

중부서장이 경찰과 집회 대열 사이에서 직접 진두지휘를 했다는 게 당시 참가자들의 공통된 말. 중부서장은 “저놈 연행해”식의 발언을 하며,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했다. 이 과정에서 서장이 참가자 한명에게 한차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흥분한 경찰이 김정수 공무원노조 사무총장, 최낙삼 대변인 등을 제압해 집단폭행 했다. 이 과정은 사복을 입은 경찰이 주도했으며, 집회 참가자 9명이 연행됐다. 연행자들은 깁스를 해야 할 만큼 심하게 팔다리를 꺾인 경우가 많았으며, 탈진하거나, 사타구니를 발로 채인 경우가 많았다.

11시10분경,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에 의해 대열이 잘린 상태에서 집회를 시작했고, 경찰은 11시30분경 집회대열 사이의 병력을 철수했다. 오후 1시경 항의집회가 끝나고, 농진청 항의방문단 5명이 농진청장을 만나기 위해 청내로 들어가려 했다. 1시간이 넘는 실랑이 끝에 4명의 대표단이 들어가 청장을 면담했다. 대표단이 나온 시간은 오후 3시경.

농진청 집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연행된 9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중부경찰서로 항의 방문을 갔다. 이동은 인도를 통해 도보로 이동했다. 4시5분경, 중부서에 도착해 입구 진입로에서 항의를 시작, 서 초입까지 진출하자 경찰은 연행에 들어갔다. 99명 전원이 연행됐으며, 연행에 소요된 시간은 15분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꼬리뼈 골절, 어깨 탈골, 손가락 골절 등 다수 부상자가 나왔다.

병원치료 요구 거부, 결국 실신

항의방문 중 연행자는 다음날 새벽 1시30분에서 3시 사이에 전원석방 됐다. 농진청 앞에서 연행된 9명 중 6명에게는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며, 2명은 기각, 4명은 구속됐다. 연행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최낙삼 대변인은 수차례 병원치료를 요구했으나 거부됐고, 결국 27일 오후 2시20분경 구속실질심사 중 경련을 일으키며 실신했다. 연행된 지 만48시간이 지난 후다. 주변 사람들이 뺨을 때리며 정신을 들게 하려 했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최 대변인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실려 갔고,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한석우 부위원장은 연행 중 탈진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김정수 사무총장은 집단구타로 4일이 지난 29일에도 다리를 절고 있다. 실신했던 최낙삼 대변인은 깁스를 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이며, 장애가 있는 윤선문 조합원은 연행 도중 몸이 뒤틀려 입원했다. 이재열 조합원은 경추압박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고, 안현호 조합원은 허리를 심하게 밟혀 소변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입원한 상태다. 신동우 조합원은 목이 꺾이고, 심하게 폭행을 당해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박운용 조직실장은 무릎관절에 심한 폭행을 당했다. 방형중 조합원은 어깨가 탈골됐으며, 권명희 조합원은 손가락이 골절됐다. 주남석 조합원은 심한 타박상으로 붕대깁스를 한 상태이며, 이장희 조합원은 꼬리뼈가 골절됐다. 4주 진단을 받았다.

공무원노조는 집회 참가자들의 진단서를 수거하고 있다. 멍들고, 안경이 깨진 ‘사소한’ 부상은 집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전국 공무원노조가 경찰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람 함부로 때리면 안 된다

시설보호를 위해 투입된 경찰은 농촌진흥청에서 무엇을 한 것일까. 수원 중부서에 전화를 하니, 경무과에선 정보1계로, 정보1계에선 경비계에 물어보라고 했다. 당일 투입된 병력, 사복경찰의 숫자, ‘서장 폭행’의 진상, 이례적으로 부상자가 많이 발생한 이유 등을 확인하려 했으나, “함부로 말할 사안이 아니”라고만 한다.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기자가 대외비를 물은 것일까?

25일 집회의 항의 대상은 경찰이 아니라 농진청이었다. 경찰 현장 지휘 책임자는 경찰과 집회 참석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와중에 시위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한시간 후에 어차피 뺄 병력을 집회 대오 사이에 배치했고, 싸움을 벌였다. 사복 차림의 경찰은 이례적으로 많았고, 집회 참가자들은 주로 이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만약 경찰이 10시30분경, 농진청 문을 통해 집회장소로 가는 집회 참가자들을 막지 않았다면, 항의 집회와 면담 후 집회는 자연스레 정리됐을 가능성이 컸다. 사무총장, 조직실장 등 집회 참가자들을 인솔한 사람들을 연행하거나, 구타하지 않았다면 충돌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상황과 관련해 “흥분한 참가자들을 진정시킬 사이도 없이 곳곳에서 막싸움이 벌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중부경찰서는 공권력의 권위를 세웠을까? 시위대는 마지막 한사람이 연행될 때까지 비무장이었다. 연행 사유와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고 잡혀간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경찰은 이날 사태에 대해 "함부로 말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함부로 때려도 될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공무원노조 "수원 중부서장 파면해야"
공무원노조와 시민인권단체들이 29일 ‘경찰에 불법적인 폭력진압 및 인권유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25일 농업진흥청 집회의 진압과정을 “단순한 연행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의한 시민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불법으로 시민을 폭행하고 부상자까지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불법 감금하는 등 반인권적 작태를 자행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수원 중부서장의 즉각적인 파면 △경찰청장과 경기지방경찰청장의 사과의 재발방지 약속 △구속된 4명의 공무원 노동자에 대한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경찰청 정보·감찰 관계자를 면담했으며, 이 자리에서 경찰청측의 “자체 감찰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공무원노조는 전했다.

정용상 기자 ysjung@labortoday.co.kr

2006-06-01 오전 10:24:22 입력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