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5.31 지방선거에서 겪었던 일들.....
김영길 공무원노조 전 위원장

	김영길

△ 김영길_ 공무원노조 전 위원장

지방선거가 끝나고 선거결과에 대하여 여러 가지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각각의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기에 쓴소리던 단소리던 모두 민주노동당이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좋은 자료들이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일하는 동지들이라면 몇 번씩은 겪었을 법한 것들이지만 선거 운동과정에서 직접 보고 들은 일 중 몇 가지를 들추어 내어 민주노동당의 현 위치를 한 부분에서나마 가름해 보고자 한다.

군지역의 재래시장을 돌면서 후보의 명함을 돌릴 때의 일이다. 선거기간이라 많은 후보들이 명함을 건네기 때문에 귀찮아하기도 하지만 억지로 뿌리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특히 재래시장에서 ‘기호 4번 민주노동당 후보입니다’ 하면서 명함을 건네면 격려의 말로 응답하면서 받아 쥐는 경우가 많은데 몇 가지 물건이 담긴 까만 비닐봉지를 앞에 두고 돌아갈 차를 기다리는 앉아 있는 60 초반의 할머니에게 명함을 건네니 손사래를 치면서 명함받기를 거부하였다. 민망하기도 하였지만 무슨 연유인지 알아보기 위해 할머니 옆에 앉아서 민주노동당이 서민들을 위하여 일하는 정당인데 왜 그렇게 싫어하느냐고 물었더니 야당이면 야당답게 해야 하는데 지조가 없단다. 여기 붙었다가 저기 붙었다가 한단다.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그게 무슨 뜻이냐고 하니까 ‘사학법’을 여당하고 통과시켰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었다. 사학재단의 비리를 방지하고 사학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사학법을 개정하였는데, 할머니 같은 서민들의 손자들이 대학가면 다 보탬이 되는 것이라는 등등의 이야기를 하니 내용은 모르겠고 여당에 붙어서 사학법 개정한 것은 무조건 잘못이란다.

할머니의 어린 손자들이 내년부터 어디에서든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된 것 등이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이야기를 해본들 사학재단의 운영주체 주변과는 전혀 무관한 듯한 그 시골할머니에게는 민주노동당은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정당으로 낙인( )이 찍혀 있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서민을 위하는 것도 좋고 쌀수입을 막는 것도 좋은데 좀 조용히 지내야 하지 않느냐. 서민들은 먹고 살기고 어려운데 날마다 데모나 하고 시끄러워서 못살겠다고 한다.

어느 택시 기사는 특소세 인하를 해줄 정당이라고 확신하기에 한나라당을 찍을 거라고 했다.

이런 현상들은 주민들 각자가 나름대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들의 생각을 나타낸 것이겠지만, 정보의 취득경로가 선거 국면에서 인위적으로 설정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전해들은 이야기 때문인가 보수 세력들이 40여 년동안 선거를 치루어 오면서 축적된 노하우로 선거 국면에서 요긴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소위 ‘구전홍보단’의 실체 말이다. 구전홍보단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민주노동당이 국회와 각 지방의회에서 이루어 온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을 알려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방법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운동의 능력은 공개토론 등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보여준 바와 같이 기존 보수 정당들에 비하여 떨어질 것이 없었음에도 무능 정권 심판에 대한 국민의 생각들이 모여서 태풍으로 덮치는 순간이었기에 피할 겨를도 없이 덤태기로 피해를 봤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디어전을 비롯한 소위 공중전에서는 그러한 주장에 일정부분 동의를 할 수 있지만, 세부 각론에는 부족한 인력과 재원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할지라도 보수 세력들의 갖가지 운동 방법을 따라가기엔 아직은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현장을 발로 뛰면서 실감한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결과에 대하여 아쉬움에 젖어 있을 수도 없고 낙담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2002년 지방선거와 비교할 때 약진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약진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 동지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간 지역주민과 호흡을 같이 해오던 활동가가 특정 정당의 깃발이면 막대기를 꽂아도 된다는 지역에서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온갖 역풍을 막아내면서 당당하게 1등으로 시의회에 진입하는 성과를 만들어낸 모범적인 사례도 있다.

‘세상을 바꾸자’는데 동의하여 함께하고 있는 동지들이라면 지금부터 다시 전진을 위해 신발끈을 동여맬 시기이다. 당선된 동지들은 제도권내에서 민중의 목소리를 올곧게 내어야 할 것이고 낙선한 동지들은 또다시 현장 속으로 달려가 진보집권을 위해 한알의 밀알이 되는 역할들을 해내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의 집권은 꿈이 아닌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선거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아쉬움과 낙담에 젖어 있기에는 우리들이 가야할 길이 아직은 많이 남아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