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최근 부산시청 감사관실 암행감찰반 요원들이 탄 승용차 3대가 한 승용차의 뒤를 쫓고 있었다. 행여 앞차를 놓칠세라 3대에 분산해 추격에 나섰다.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차량 미행이 부산 도심에서 벌어진 것이다. 차량은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섰고, 승용차 안에서 한 업체 간부가 공무원에게 현금을 전달하고 있었다. 암행감찰반 요원들이 곧바로 현장을 덮쳤다. 부산시의 감찰 사상 처음으로 금품전달 현장이 적발되는 순간이었다. 익명의 제보 덕분이었다.
적발된 공무원의 경우 수수한 금액(107만 원)은 적었지만 업체 측에 돈을 요구하는 등 '죄질'이 나빠 사표가 수리됐다. 그 공무원은 물품 구입 대가로 물품 개당 1만5천 원의 리베이트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07만 원 때문에 공직에서 쫓겨나고 수천만 원의 명예퇴직금도 날리고 말았다.
부산시, 제보 익명 전환 뒤
건수 7건서 46건으로 급증
고성능 카메라 등으로 무장
미행·잠복 '핀셋감찰' 효과
비위적발 건수 배 이상 늘어
#장면2=지난 6월에는 부산시 감찰요원들이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2박3일간 잠복한 끝에 건설업자와 골프 외유를 다녀 온 모 구청 간부를 현장에서 적발했다. '한 구청 간부가 연가를 내고 건설업자와 태국에 골프를 치러 간 것 같다'는 불확실한 제보가 시발점이었다. 감찰요원들은 일선 구청의 연가자 명단을 일일이 확인한 끝에 대상자를 좁혔고, 귀국일자와 항공편명을 확인할 수 없어 공항 잠복에 나선 것이다. 적발된 간부는 직무와 관련된 건설업자와 골프외유를 한 사실이 확인돼 감봉 조치를 당했다.
부산시의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미행과 잠복 등 첩보·수사기관의 '작전'을 방불케하는 내부 감찰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렴도 꼴찌를 탈피하기 위해 부산시가 '고강도 감찰'의 칼을 빼든 것이다.
부산시는 올해 초부터 감찰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이른바 '익명제보'와 '핀셋감찰'을 전면 도입했다. 감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해까지 공무원 비리나 기강해이, 직무태만, 불친절 등에 대한 제보는 모두 실명으로 접수받았다. 제보의 책임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음해를 방지한다는 차원이었지만 제보건수는 현저히 적었다.
그러나 내부든 외부든 모두 익명제보가 가능하도록 바꾸고 나자 제보가 쏟아졌다. 지난해 제보 건수가 7건에 불과했지만 익명제보가 도입된 올해 9월까지 제보건수는 46건으로 폭증했다.
시는 쏟아지는 제보를 바탕으로 문제의 인물에 대해 집중적으로 표적감찰하는 방식의 '핀셋감찰'을 도입했다. 필요하다면 미행과 잠복, 카메라촬영, 녹취 등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위행위 적발건수도 지난해 6건에서 올해 12건으로 두배나 증가했다. 금품수수나 골프외유 등에 대한 현장적발도 크게 늘었다. 모두 제보를 바탕으로 한 핀셋감찰이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감찰 장비도 대폭 개선됐다. 원거리에서 줌인촬영이 가능한 고성능카메라와 녹음기, 미행용 차량 등이 암행감찰반에 추가 지급됐다.
암행감찰 요원들의 신분 노출도 철저히 막았다. 같은 시청 건물에 근무해도 암행감찰 요원의 얼굴이나 신분을 아는 공무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엄격한 감찰조사를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부산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강도높은 감찰과 강력한 처벌이 내부 비리에 대한 예방효과를 높여 부산시의 청렴도를 높이게 될 것"이라며 "감찰방식 변경을 통한 고강도 감찰이 이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24일 시민단체로 구성된 '청렴사회실천 부산네트워크'와 함께 '청렴부산 만들기 캠페인'에 본격 돌입했다. 이날 김종해 행정부시장과 시민단체 대표들은 차량용 청렴스티커 부착과 청렴 홍보물 배포 등에 나서며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대대적인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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