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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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6년08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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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와 노묵현의 애증

“우리나라 미래를 두고 그와 내가 정치적으로 경쟁하는 1대 1 카운터 파트가 되면 무척 행복할 것 같다.” 1997년 한보사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수구세력이 등장한다. YS는 DJ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주장에 동조하며 덧붙인 말이다. 먼 훗날을 본 복선(伏線)일까, 인간사는 계속 도는 것일까. 노대통령과 김의장이 얼굴을 붉히고 있다. 김의장이 지난 2일 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비토론을 점화하며 터진 불협화음이다.

참여정부의 ‘대주주’이자 당·청의 리더인 두 사람의 애증사는 오래됐고, 그만큼 쌓인 것도 많다. “화통한 직류(－)보다 냉온탕을 오가는 교류(∼)관계”(여당 중진)라는 관측처럼 당·청간 파고도 함께 높아지는 기류다.

첫 인연의 끈은 17년전 맺어졌다. 89년 3월 한 여성지가 여의도 둔치에서 연 시국대담에서 두 사람이 이근안 고문과 소파동 농민 자살 사건을 화두로 6시간 동안 소주잔을 부딪치며 의기투합한 것이다. 당시 5공청문회 스타였던 노대통령은 전민련 정책실장이던 김의장에게 “평소에 연모해왔다”고 말했다. 김의장은 92년 서울 명동에서 열린 석방기념회에 참석한 노대통령에게 “우리 시대의 정치적 희망”이라고 화답했다. 2000년 성균관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두 사람은 “우리 둘은 언제나 함께 간다. DJ와 YS처럼 분열의 길은 없다”고 약속했다. 노대통령이 김의장에 대해 “(대권도) 가위바위보 해서 하면 어떨까라고 말하던 시점”(친노직계 의원)이다.

‘동지’에서 ‘경쟁’으로 색깔이 옮겨진 것은 2001년 두 사람이 대선에 뛰어들면서다. 그해 늦여름 노대통령은 김의장의 국회 의원회관 방을 찾았다. 노대통령은 ‘국민 지지율로 결정하자’, 김의장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은 내가 더 크다’며 맞서다 한달여간 계속된 후보단일화 논쟁을 끝냈다. 오래도록 화제가 된 “운동권의 주류·비주류 갈등”(청와대 인사)이었다.

대선후보가 된 노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할 때 김의장에게 ‘SOS’를 쳤다. 김의장은 즉답보다는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그림도 함께 주목했다. 둘 사이에 신뢰의 앙금이 생겼다고 복기된 시점이다. 2003년 7월 김의장의 ‘대선자금 고해성사’때 노대통령은 “김의원 고백은 웃음거리가 됐다”, 김의장은 “대통령의 그 말이 웃음거리”라고 설전을 벌였다.

냉각기였던 두 사람 관계는 우리당 창당을 거쳐 2004년 노대통령의 탄핵과 총선을 통해 회복됐다. 김의장이 총선후 통일부장관을 원하다 우여곡절 끝에 복지부장관으로 갔지만, 그 후엔 내각에서 충돌이 이어졌다. 2004년 분양원가 공개 논란때 김의장이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해보자”고 말한 게 상징적이고, 그해 11월엔 ‘한국판 뉴딜’로 불린 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주무장관인 김의장이 반대했다.

2005년 10월 중국산 납김치 파동때 노대통령이 “추상적·원론적 대책을 보고하는 것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며 국무회의에서 공개 질책한 것도 두 사람의 애증사에 남아있다. ‘가깝고도 먼’ 두 사람은 친노직계 그룹이 김의장에게 도움과 견제를 반복하는 데서도 포착된다.

올 1월 당에 복귀한 김의장은 5·31 지방선거후 비대위원장에 취임, 결국 당·청관계의 전면에 섰다. 김의장이 취임후 “노대통령이 역사적 평가를 잘 받겠다는 것은 맞는 거지만, 그것은 독선으로 흐르거나 잉태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청은 서로 강조점과 시선, 시간표가 다르다”고 협력과 견제의 카드를 함께 꺼내든 시점이다.

두 사람은 청와대 당·청 만찬(6월29일) 하루전에 만나 ‘부동산 재산세의 추가 인하’ 틀을 만들며 공조 모드도 읽혔다. 그러나 7·26 재·보선 후 김의장이 “당이 정국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후 김병준·문재인 인사 갈등을 통해 다시 폭발한 셈이다.

현재 두 사람을 ‘전략적 동거’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당장 대통령 탈당도 국정을 챙길 노대통령과 당을 이끌 김의장 모두 피하려는 쪽이다. 다만 ‘뇌관’은 많다. 이번에는 김의장이 꺼내든 ‘뉴딜’에서 8·15 재벌총수 사면과 출총제 폐지가 민감한 현안이고 분양원가 공개, 한·미 FTA, 이라크 파병 철군 등 서로 시각이 다른 휘발성 현안도 산적해 있다.

두 사람은 직설화법(노대통령)과 간접화법(김의장)을 즐기지만, ‘낯을 가리고 원칙이 서면 충돌을 피하지 않는’ 성격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당장 퇴로가 좁은 문전수석의 갈등이 순항 여부를 가를 코앞의 시험대다. 현재권력(청와대)과 미래권력(당)이 부딪친 ‘노·김 전쟁의 전조’라는 시각도 병존하는 흐름이다.

〈이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