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의 거주지를 근무지로 제한하는 시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농 현상과 고령화 등으로 인구가 줄고 있는 농촌 지역 지자체들은 “공무원이 해당 시·군에서 거주하는 것은 지역 사랑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교육·생활 환경 등이 좋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사실상 반강제로 이사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6일 전북도와 일선 시·군에 따르면 순창군의 경우 사무관급 이상 간부는 이달 말까지, 6급은 오는 연말까지, 7급 이하는 내년 6월 말 이전에 실거주지를 순창으로 이전토록 했다. 관내에 거주하는 공무원은 근무성적 평정 때 우대하고 승진·전보 인사와 성과상여급 지급 때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진안군도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경제 황폐화를 막기 위해 군내에 거주하는 공무원에게 파격적인 인사상 인센티브를 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이 방침은 송영선 신임 군수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된 것.
진안군은 인근 전주시와 20∼30분 거리에 위치해 한때 15만명을 넘나들던 인구가 최근 2만7000명까지 뚝 떨어져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진안군은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본인과 가족들이 진안군에 거주하는 공무원을 우대해 이번 ‘근무지 내 거주 정책’이 엄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진안군은 일정한 승진 요건을 갖춘 공무원 가운데 진안에 3대가 거주하는 공무원을 우선 승진시키기로 했다. 이어 부부와 자녀 또는 부부와 부모 등 2대가 함께 사는 공무원이 2순위, 부부만 거주하는 공무원은 3순위로 배려할 방침이다. 군은 또 주민등록상의 주소만 옮겨놓고 실제 생활은 인근 타 도시에서 하는 사례도 철저히 가려내 인사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 장수군도 공무원의 지역 내 거주 이전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장재영 군수는 최근 각 실과장과 사업소장, 읍·면장 등이 참석한 확대 간부회의에서 “공무원이 주민과 희로애락을 같이해야 주민을 위한 진정한 행정을 펼칠 수 있다”며 “지역에 거주하는 직원은 인사 고과에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제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제성을 띤 시책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한 공무원은 “주민등록상 인구 늘리기와 재산세·자동차세·주민세 증대 등을 위해 주민등록만 이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실제로 이사하도록 하면 부작용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군 관계자는 “무주는 2004년부터 인구가 3만명이 넘지 못해 1개 과(실·담당관)를 줄여야 할 상황이지만 주거 이전을 공무원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헌법에 명시된 주거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 나중에 분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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