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2일 낮 전북대 학습도서관.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 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도서관 안은 싸늘한 분위기가 감돈다.

‘목 좋은’ 2층 열람실, 그 중에서도 황금자리인 구석자리는 이미 오전 중에 만석이 됐다.

더위를 피해 너도나도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휴가철에 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취업 준비생들. 도서관에서의 생활이 일상이 돼 버린 이들의 책상 주변에는 방석이나 머그컵 같은 필수품부터 칫솔, 수건, 쿠션 등 각종 ‘편의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방학동안 매일 도서관을 찾고 있는 이모씨(27)는 “공무원이나 공사 취업을 목표로 토목 기사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하고 싶은 일은 모두 취업한 이후로 미뤄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전주대 중앙도서관도 책과 씨름하는 젊은이들이 자리를 사수하고 있었다.

전주대는 방학을 이용해 대학도서관을 찾는 중고생의 소란을 차단하기 위해 최근 도서관자치위원회 차원에서 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대자보를 내걸기도 했다.

선관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최모씨(27)는 “어제 언론에서 공무원 경쟁률이 수 천 대 1이 넘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기가 질리기도 하지만 이제 와서 포기할 수도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도서관 주변 캠퍼스에는 졸업생과 재학생 중 몇 명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이 같은 열기는 각종 공무원 시험 경쟁률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전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3명을 뽑는 9급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에 대한 응시원서를 마감한 결과 모두 3,765명이 응시해 1,2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7대 1을 기록한 부산·울산·경남·제주선관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얼마전에는 대학생 3명 중 1명은 현재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전북잡코리아와 대학생 지식포털 캠퍼스몬가 최근 국내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1,158명을 대상으로‘대학생 공무원 시험 준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 32.4%(375명)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공무원의 인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전북잡코리아 정세용 지사장은“대학마다 공무원 양성반을 앞다퉈 만들거나 취업준비생들 스스로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공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공무원 취업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며 "그렇다고 공무원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시선을 돌리게 할 만한 일자리도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같은 풍조는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전북 신문 소성일기자 mokduri@sjbnews.com/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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