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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8월2일자 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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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교조 부산지부의 통일학교 교재사건 이후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의 '전교조 때리기'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전체 내용을 거두절미한 채 입맛대로 침소봉대하는 것도 위태롭지만, 사설, 기획시리즈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서슬도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교육위원 선거결과까지 들먹여가며 전교조를 당장에라도 해체시킬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는 대목에서는 멀쩡한 사람을 생매장하려는 섬뜩한 살기마저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외면당하는 전교조' 라는 기획기사를 연속으로 실은 중앙일보의 경우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 중앙일보는 8월2일, 첫 기획으로 '학부모들 돌아섰다' 라는 기사를 통해, '편향된 이념교육과 강경투쟁이 학부모의 거부감을 불렀고, 그 결과가 교육위원 선거참패로 나타났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그리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이른바 '안티 전교조' 인사인 이상진 전 대영고 교장의 교육위원 당선을 사례로 들었다.
반면에 전교조 지지후보로 교육위원에 당선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의 경우는 별다른 언급 없이 "전교조 강남지부는 지부장도 못 뽑았다"는 식으로 전교조의 조직세를 깎아내리는 발언만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그것도 130~140명에 이르는 해당지역의 '전교조 표'를 100여 표나 깎아내리는 다분히 의도가 엿보이는 오보를 내면서까지….
의도된 오보와 몰아붙이기
중앙일보의 논리대로라면, 전교조 반대인사가 당선되면 '역풍'이고, 전교조 지지인사가 당선돼도 '조직약화'인 셈이다. '교육위원 당선'이라는 동일한 현상을 놓고도 정 반대로 해석하는 중앙일보의 상상력은 가히 추종을 불허한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전교조를 비방하려는 적극적 의도가 없이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기사가 나올 수 없다.
중앙일보는 또 8월2일 '전교조, 교육위원 선거참패 이유 깨달아야' 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전교조의 친북성향, 시대착오적 이념편향성, 집단이기주의, 과격한 행동 등을 감안하면 선거패배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전교조의 이런 모습은 18년 전 참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할 때와는 딴판"이라며, 참교육을 주창했던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의 초심'이 우리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된 지도 오래다. 전교조도 공적인 단체의 하나인 이상 사회적 판단과 검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전교조의 초심' 역시 언론의 화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이 하나같이 전교조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교조의 초심'에 대한 보수언론의 관심은 새삼스럽기 짝이 없다. '전교조의 초심'이 그토록 좋았다면, 지금까지 왜 한 번도 칭찬을 하지 않았는지 몹시 궁금하다. '현재'를 비난하기 위해 '과거'를 칭찬하는 것은 저질 선동가들이 흔히 써먹는 수법이다. 만에 하나 중앙일보가 칭찬해 마지 않는 '전교조의 초심'이 '지금의 전교조'를 비난하기 위한 립 서비스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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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8월2일자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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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교조의 선거참패 원인이 극단적 주장과 과격한 행동 때문인지는 논란거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중앙일보는 참패원인을 객관적으로 따질 수 있는 '공정한 제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앙일보도 어느 낙선후보의 말을 빌어 보도했듯, 이번 교육위원 선거의 최대쟁점은 통일학교 교재사건이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아일보가 처음 보도한 뒤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거의 매일 전교조의 과격한 이미지를 부풀려 색깔논쟁으로 몰아갔고, 그것이 일부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자극하여 전교조 후보에 대한 지지를 결정적으로 제약한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중앙일보도 그 마녀사냥에 적극 참여했을 뿐 아니라, 선거 당일인 7월31일자에 '오늘은 교육위원 뽑는 날'이라는 시론을 실어, "전교조는 일찌감치 후보단일화를 해서 당선율이 매우 높다"며, "뉴라이트 단체들이 전교조 후보를 사전선거운동으로 고발했다"고 새삼 강조하고 나섰다. 요컨대 학부모들의 거부감을 부추겨 견제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역풍 속에서도 14명의 후보가 당선된 것이 차라리 기적에 가깝다.
이렇게 전교조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어떤 식으로든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심초사한 중앙일보가 뒤늦게 '공정한 심판'을 자처하고 나서는 것은 볼썽사납다. 하물며 자신이 벌인 흑색선전을 은폐한 채, 참패원인을 분석하고 처방까지 내리는 것은 한 마디로 주제넘은 행위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격이다. 언론이 스스로 여론재판을 벌이고 사형선고를 내리고 형 집행까지 도맡아 하는 '자가발전 종합시스템'이야말로 보수언론의 고질병임을 중앙일보가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중앙일보가 '외면당하는 전교조' 시리즈 두 번 째로 내보낸 것은 '학부모도 교사도 반 전교조 뭉친다'는 기사다. 여기서는 우익세력의 지원을 받는 교육단체의 주장이나 일부 학부모의 사례를 침소봉대하여, 전교조가 마치 대다수 학부모나 교사들로부터 배척당하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단체가 전교조에 대등하게 맞서기엔 아직 미흡하다"며, "이들 단체가 힘을 가지려면 더 많은 교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노골적인 '편들기'를 시도했다. 반면, 전교조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기사의 맨 뒤에 중립적인 발언 하나만 덧붙이는 정도에 그쳤다.
찬반이 붙은 쟁점에 대해 언론이 객관적 견지에서 균형잡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례만을 들어 전체를 예단하게 만드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을 뿐 아니라, 어느 한족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전달여 기사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또 전교조의 '성과급·교원평가 반대운동'이 참교육의 초심에 어긋나는지 판단하려면, 정부가 밀어붙이는 '시장주의 교육개혁'이 온당한 것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잘 알려지다시피 '시장주의 교육개혁'은 미·영 등 일부 선진국에서 80년대부터 도입된 것으로, 공교육에 대한 공적투자 삭감, 국민의 사적부담 증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교원수 감축, 교육환경 악화, 사교육비 상승, 경쟁 격화 등, 공교육체제 전반의 붕괴 또는 약화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김영삼 정부 때의 '5.31 교육개혁' 이후 시장주의 교육개혁이 점차 확대되어 왔고, 최근 들어 교육과정 개편, 입시경쟁 부활, 교육개방 등과 맞물려 평준화 해체, 교원 구조조정, 학력·평가 강조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평등교육 이념이 흔들리고 상류층이 교육기회를 독점하여 '교육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금 전교조가 벌이는 '우리 아이들 살리기운동'은 이같은 시장주의 교육개혁에 대한 총체적 반대이며, '평준화 유지, 대학입시제도 개혁, 무상의무교육 실현, 성과급·교원평가 반대'는 그것을 위한 구체적 대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교조를 개혁 역행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본말이 뒤집힌 것이고, 시장주의 교육개혁을 어떻게든 관철시키기 위해 최대 저항세력인 전교조를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의도와 맞닿아 있다. 이 점에서 시장주의 교육개혁을 서두르는 노무현 정부의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세력의 이해관계는 정확히 일치한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정부와 보수언론이 전교조에 대해서만큼은 공동보조를 취하며 집중공격을 퍼붓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보수세력 '광기'의 서곡인가
최근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이 보여준 전교조에 대한 공격은 광적이다 못해 테러 수준이다. 과장보도, 왜곡보도, 침소봉대, 아전인수, 여론재판, 색깔공세, 흑색선전, 편파보도 등등… 가히 잘못된 언론보도의 백화점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어느 정치인이나 정당이 이런 식으로 십자포화를 얻어맞았다면 진작 정치생명이 끝났을 것이다.
보수언론이 전교조에게 집중공격을 퍼붓는 이유는 전교조가 시장주의에 대항하는 몇 안 되는 집단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더욱이 교육을 통해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이들은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더 많은 교육기회를 독점하려 한다. 그들에게 평등주의 교육이념을 확고하게 간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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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원재·서울 공항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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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교조는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세력의 '전교조 죽이기'는 강력하게 조직화된 저항세력에 대한 원초적 거부감의 표현이자, 기득권 약화를 우려하는 위기의식의 산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보수언론의 이런 공세가 전교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IMF 사태 이후 사회 전반에 팽배한 위기의식을 자극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으며, 나아가 진보 개혁세력이 군사정권에 맞서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의 소중한 성과를 하나하나 부정하고 있다. 그들은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개혁세력 전체를 이념적 편향세력, 반대를 위한 반대세력, 집단이기주의 세력으로 규정하여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보수세력의 '전교조 죽이기'는 우리 사회 전반의 진보 개혁운동의 앞날 광기 어린 저주의 서곡이 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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