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는 아무런 거리낌도, 부끄러움도 없는 모양이다. 아무리 언론이 기업의 눈치를 보는 세상이라지만 8월 11일 경주코오롱호텔 2층 중연회장인 화랑A홀에서 벌어진 ‘포스코 언론인 가족초청 행사’는 기업과 언론의 부적절한 관계가 어디까지 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주코오롱호텔 관계자는 이 행사가 1박 2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해 주면서 7-8차례로 진행되고 있지만 매년 있는 행사는 아니라고 밝혔다.
2.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인가? 포항건설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이때 해당기업이 언론인 뿐 아니라 가족까지 불러 접대라고 볼 수밖에 없는 행사를 벌였다. 그게 7-8차례나 된단다. 그 자리에 참석한 언론기관과 언론인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밝힐 수 있을만큼 떳떳한 행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간 포항건설노동자들의 파업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는 비틀기와 사실왜곡, 악의적 선동과 과대포장으로 일관했다. 그것을 접대받은 자의 성의표시로 보면 과민한 것인가?
취재원으로부터 접대를 받는 언론인에게 “정론직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다. 맞다. 포스코의 언론인가족초청행사에 참가한 언론인에게는 ‘정론’도 ‘직필’도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3. 그러나 최소한 이건 아니다.
포스코가 노동자의 파업을 짓밟을 요량으로 언론까지 나팔수로 부릴 대책문건을 만들고, 언론이 이를 그대로 실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기막힌 경언유착의 잔치를 벌이는가.
그래서다. 포스코에 의해 죽은 것은 하중근 뿐만 아니라 언론인의 양심이다. 경찰에 맞아죽은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데 기울이는 관심보다 가족을 대동해 호텔에서 연회를 즐기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언론인들이 갈 길은 곡학아세 뿐이다. 그 부끄러운 대열이 오늘도 포항을 유린하고 전국을 휘젓는다. 포스코는 그게 자본의 본성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언론기관과 언론인이 먹고 살 방도로만 자신의 직업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객관”과 “균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라도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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