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① 정문헌의원 말바꿔 신뢰성 의심
② 박근혜도 “10·4 합의 지키겠다”
③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전례없어
④ 휴전선 경계실패엔 미온적 대응
새누리당이 12일 ‘노무현-김정일 비밀 대화록’ 논란과 관련해 국회에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대선쟁점화에 나섰다. 국정조사요구서는 조사 범위로 노 전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 대북 지원 논의, 남북관계 전반의 내용 등을 포함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의혹 제기는 처음 이 문제를 거론한 정문헌 의원이 말을 일부 바꾸는 등 신뢰성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8일 국감장에서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007년 10월3일 3시 백화원초대소에서 단독회담을 했고, 회담 녹취록은 통전부가 비밀합의 사항이라며 우리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담을 수행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이 10일 “별도의 단독회담도, 녹취록도 없으며, 배석자가 작성한 대화록만 있다”고 반박하자, 정 의원은 다음날 “이 전 장관이 말한 대화록이 (내가 말한) 대화록”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이 대화록은 두 정상의 대화를 기록한 메모, 북한의 녹음기록 등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정 의원은 ‘문제의 3시에는 계획대로 오후 회담을 하고 있던 시각’이라는 반박에 대해, “애초 오후 2시40분인가에 시작된 오후 회의가 3시께 단독회담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음날 회견에선 당시 정상회담기획단의 해설자료를 공개하며 “여기에 ‘단독회담’이라고 적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기찬 당시 청와대 비서관은 12일 “그 자료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만든 문건”이라며 “문건에 등장하는 단독회담도 남쪽 배석자 4명 등이 참석한 회담이었으며 별도의 단독, 비밀회담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현직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정상회담 일정이 뻔하게 나오는데 어떻게 비밀회담을 하느냐”며 “정상회담에서 녹음하는 것도 별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밀 단독회담이나 녹취록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10·4 남북정상회담 전후 “서해평화지대를 설정해 북방한계선(NLL)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차례 했다는 것은 새로울 게 없다. 당시 한나라당은 그때마다 “우리 영토를 포기하겠다는 얘기냐”고 비판했다. 정 의원의 이번 문제제기는 이를 다시 포장해 내놓은 ‘재탕’ 성격이 크다.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선 이면엔 대선 국면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문제제기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달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10·4 회담에서 합의한 서해 공동어로수역, 평화수역 설정 방안 등도 북한과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기존의 남북간 해상경계선만 존중된다면”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공동어로수역도 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남북간 등거리 또는 등면적 원칙을 적용한다는 구상이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게 없는 구상이다.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정상회담 대화록의 공개가 전례없는 일이고 외교적 분란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얘기된 것을 공개하는 건 국격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도 “대화록 공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안다”며 “정 안되면 의원들이 열람해 확인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5년 전 불분명한 사안을 빌미로 ‘안보 공세’를 펼치면서, 정작 최근 북한군 귀순 과정에서 드러난 휴전선 경계 실패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대위의 박선규 공보위원은 11일 밤 오비에스(OBS) 토론회에서 “휴전선 155마일인데 북한군 한 사람이 넘어왔다고 안보태세가 문제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며 “철책이 뚫린 건 잘못이지만, 자동차가 수없이 돌아다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많이 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신승근 기자
suh@hani.co.kr
[사설] 새누리당, 선거 앞두고 또 안보장사인가
등록 : 2012.10.12 19:09수정 : 2012.10.12 19:09
새누리당이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를 새누리당의 ‘신북풍공작’으로 규정하면서 크게 반발했다. 선거를 앞두고 보수세력의 안보 공세가 또 시작된 셈인데, 구태의연하다 못해 시대착오적이다.
애초 논란의 발단은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회담에서 ‘남측은 앞으로 엔엘엘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정 의원은 당시 노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수도권에서 다 내보겠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뒤이어 내놓았다.
정 의원은 애초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과 비밀리에 단독회담을 했고, 이를 녹음한 북한이 남한에 비선을 통해 녹취록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의 반론이 나오자 정 의원은 비밀 단독회담은 없었다는 점을 시인했고, 녹취록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불분명한 태도로 돌아섰다. 정 의원이 애초 주장했던 노 전 대통령의 발언 출처가 상당 부분 흔들린 셈이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는 어제 “비밀회담이 없었기 때문에 녹취록이나 비밀대화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 의원 발언이 사실이라면 책임지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정 의원 역시 “노 전 대통령이 엔엘엘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맞섰다. 노 전 대통령 발언 논란이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이번 논란은 사실 백해무익한 것이다. 엔엘엘 문제를 공동어로수역 설정 등으로 풀자는 10·4 선언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의 정상이 어렵사리 만난 정상회담의 내용을 들춰내 시빗거리로 삼는 것은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고, 남북관계에도 좋을 리 없다. 쇄신 파동으로 점수를 잃은 새누리당이 안보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대선에 도움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안보장사에 국민들은 식상한 지 오래다.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이런 안보장사는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홈으로
> 참여마당 > 자유게시판
hani
홈페이지: -
조회 : 353
의견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