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 특별법 폐지 요구안 확정
단체행동권 일부 제약, 수용하겠다”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권승복)는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공무원노조특별법)을 폐지하고, 일반법인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 의해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 요구안을 확정했다.
이 요구안은 노사정 대표자회의 공무원 노동 기본권 의제 논의에서 민주노총 요구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특별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위헌”
공무원노조 노조법 요구안의 핵심은, 일반 노조법에 의해 공무원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되, 특례 규정을 통해 단체행동권, 단결권의 일부 제한을 두자는 것이다. 또한 단체교섭의 구속력과 의제를 확장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공무원노조는 “ILO의 권고 등 국제적 기준에 맞게 법 개정 요구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요구안은 공무원과 교원의 노조법 적용을 제외한 제5조의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전제로 작성됐다. 노조는 “공무원도 노동자이므로, 일반 노동자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법으로 따로 규율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별법이 아닌 노조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임용권자 동의와 휴직명령을 받아야 가능한 전임이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의 동의로 가능하게 되며 △노조의 교섭위원을 공무원 노동조합의 대표자와 조합원으로만 구성하던 것을 자유로이 다른 노조원에게 교섭 및 체결권한을 위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단체행동권이 보장됨으로, 쟁의행위의 일반적인 원칙 및 쟁의행위시 사용자의 채용 제한 적용이 가능해 지며 △특별조정위원회 위원선정에 대해 당사자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으나 공익위원 중 노조와 사용자가 순차적으로 배제하고 남은 공익위원 중에서 노동위 위원장이 지명하도록 하고 △공무원노동관계조정위의 공익위원들이 중재회부 결정에 중재까지 하던 것을, 당사자 쌍방의 신청으로 중재를 개시하고 당사자 합의로 선정된 공익위원을 중재위원으로 하여 중재하게 된다. 또한 △사용자의 채용제한 및 단체협약 내용 중 주요사항 위반자, 중노위 판정과 관련한 법원의 이행명령 위반자에 대한 처벌조항 적용받게 된다.
“직급으로 나눌 이유 없다”
현행 공무원노조 특별법은 6급 이하 공무원을 가입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휘 감독 업무, 인사 보수 업무, 교정 수사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노조가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6급 이하 공무원의 상당수가 노조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무원노조 요구안은 현행 노조법에서 노조가입 대상에서 제외한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만 제한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공무원 지위의 특징을 고려해 △항상 임용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공무원 △특정직공무원 중 법관·검사·경찰공무원·군인·군무원·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및 국가정보원의 직원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 등을 특례 규정을 통해 일부 가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행 특별법과 같이 직급(6급 이하)으로 가입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단결권의 과도한 제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요구안은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노조가 규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규율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ILO는 지난 3월말 “5급 이상의 공무원이 자신의 이해보호를 위한 조합결성권리를 보장하고, 그 범주의 근로자를 공무원 조직을 약화시킬 정도로 포괄적으로 정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또한 요구안은 현행 공무원노조특별법에서 규정한 ‘최소설립단위’는 단결권의 과도한 제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특별법은 ‘국회·법원·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행정부·특별시·광역시·도·시·군·구(자치구를 말한다) 및 특별시·광역시·도의 교육청’을 최소단위로 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구성은 노동조합이 자주적으로 규약을 통해 결정할 사항이며 우리나라와 같이 공무원 노동조합의 설립형태를 어떤 방식으로 제한하는 국가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공무원에게만 설립단위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서 정한 평등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요구안은 ILO 권고 등을 근거로 소방공무원, 교정공무원, 노동부 근로감독관 등에 대해선, 단결권을 보장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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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객원사진기자 | |
“단협, 법령 예산에 반영되야”
현행 특별법은 법령, 조례, 예산과 관련된 문제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단체협상 무용론’ 등의 논란이 있어왔다. 요구안은 노조법에 공무원노동조합의 단체협약에 관한 특례를 신설해 단체협약의 범위와 구속력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 임금과 노동조건의 문제가 바로 예산과 법령, 조례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나온 문제다.
요구안은 △공무원노동조합과 정부교섭대표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의 내용이 법률·조례 또는 예산에 의하여 규정되는 내용보다 공무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정부교섭대표는 단체협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차기 국회 및 지방의회 회기 내에 단체협약의 내용이 반영된 법령 개정안, 조례 개정안 또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여야 할 것과 △단체협약의 내용이 법률·조례 또는 예산에 의한 위임을 받아 규정되는 내용보다 공무원에게 유리한 경우 정부교섭대표는 단체협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1월 이내에 단체협약의 내용이 반영되도록 개정하거나, 개정을 건의해야 하고 △건의를 받은 자는 권한의 범위 내에서 단체협약의 취지에 맞게 규정을 개정하여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공무원 임금을 제3자 기구가 결정하거나,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는 노정간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상당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업, 원칙적 허용, 내용적 제약”
요구안은 단체행동권은 원칙적으로 보장해야 하나, 공무원 사업장의 공공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일부 제약을 두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현행 특별법은 공무원 노동자의 일체의 단체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요구안은 일반 노조법에 규정하고 있는, ‘공익사업’에 공무원을 포함시키고, 긴급조정 대상으로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단체행동권의 제약을 받아들이겠다는 말.
공무원노조 맹주천 법률팀장은 “단체행동권의 범위 문제와 관련해선, 노정간의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문제”라면서 “노조는 이 문제에 있어서 열린 자세로 대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공무원 노동자의 단체행동을 원칙적으론 허용하나 파업예고제, 업무복귀명령제 등을 적용해 일부 제약하는 경우가 있다.
한편 이번 노조의 요구안은, 2004년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대표발의로 추진된 ‘노조법 개정안’에 비해 유연한 안이다. ‘단병호안’의 경우, △공무원 노동권의 일반법 적용 △단체협상 효력 인정을 중심으로 짜여진 반면, 이번 요구안은 공무원은 일반 노조법을 적용하되, 특례 조항을 두는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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