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그저께 국정감사에서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 9%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국민연금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보험료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5년마다 하는 연금 재정추계가 내년 3월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와 급여 수준, 수급 시기를 조정해야 할 텐데 기금 고갈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는 만큼 보험료 인상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이라는 말이다.
사실 국민연금 개혁은 지금 당장 추진하더라도 늦은 감이 있다. 2008년 재정추계에 따르면 기금 적립금은 2043년 최고에 이르고 2060년이 되면 완전히 고갈된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는 달라진 인구 구조와 물가, 기금 수익률을 감안할 때 연금 재정이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3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49년 기금이 고갈된다는 예상도 있다.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 소득 대비 보험료율은 1998년(지역 가입자는 2005년) 이후 9%에 머무르고 있는데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이 요율을 올리거나 65세까지 높인 연금 수급연령을 더 높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회는 작년 연금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해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재구조화를 논의하다 회기 종료로 중단하고 말았다. 당장 내년에 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대선 후보들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일언반구가 없다.
국민연금 개혁은 공무원연금제도 수술과도 맞물려 있다. 예산정책처는 공무원연금 적자가 작년 1조3000억원에서 해마다 불어나 2020년에는 6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모두 정부가 메워줘야 할 돈이다. 2009년 공무원 본인 기여금을 기준소득의 5.5%에서 7%로 높이고 급여수준을 낮추지 않았더라면 적자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은 또 한 차례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수술을 단행하지 않으면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지울 것이다. 국민-공무원연금 연계제도의 불합리한 점도 적극 시정해 궁극적으로 요율과 혜택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대선을 앞둔 여야가 공무원과 노년층 표를 의식해 연금제도 개혁에 대해 무조건 침묵해서는 안된다. 개혁의 불가피성을 이해시키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는 게 책임있는 지도자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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