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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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6년08월24일

자유연대 홈페이지: - 조회 : 344

[네티즌칼럼] ‘바다이야기’, 조카 아니라 대통령의 이야기다

여름도 끝나 가는데 ‘바다이야기’가 한창이다. 비린내가 진동한다. 여권실세니 노사모의 전 대표니 하는 얘기가 나오더니 이제는 노 대통령의 조카까지 거론된다. 여권의 실력자 몇 명이 게임 인가를 받는 과정이나 상품권제조업자 지정 등과 관련하여 돈을 받은 일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차기대선자금 얘기도 나오지만 사실인지는 의문이고 정치인과 관료가 개입된 뇌물스캔들 정도가 아닐까 싶다.

노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씨 얘기도 그렇다. 모르긴 몰라도 도박장꾼들이 노 씨를 이용하려고 영입하였다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사건이 아닐까 한다. 지코프라임은 ‘바다이야기’의 게임기 판매업체로서 노 대통령의 조카가 이사로 있는 우전시스텍을 인수하여 우회상장한 회사다. 그 회사의 대표가 지난 8월 20일 서울지검에 구속되었으니 대통령의 조카를 제대로 이용하지는 못한 듯 하다. 그 회사가 지난 7월 6일 압수·수색을 당했는데, 그 전날 노 씨가 사직하였다니 석연치는 않지만 어쨌든 지코프라임이 압수·수색을 면한 것도 아니요, 그 사장이 구속을 면한 것도 아니니 별 효험은 없었던 듯싶다.

그래서인지 노 대통령은 지난 8월 20일 “내 조카와 바다이야기는 관련이 없다”고 큰소리쳤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길 바란다. 대통령의 친인척도 구속될 수 있다는 사실, 역대 정권을 통하여 하도 많이 봐서 이제 신물이 난다. 대통령의 아들들이 아버지가 대통령에 재직 중에 구속되는 일을 두 번씩이나 봤는데, 이제 아들도 아니고 조카가 구속된다 한들 우리 사회가 맑아졌다는 증거로 내세울 일도 못 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어찌할 것인가. 본디 이 분의 거침없는 입담이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서 언제 또 어떤 구설(口舌)을 만들어 낼까 오히려 국민들이 걱정해줄 지경이긴 하지만,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면서 조카는 무고하다고 못을 박고 나설 것은 또 뭔가. 수사 결과 노지원 씨의 잘못이 없다고 밝혀지더라도 대통령이 나서서 의혹을 덮었다는 의혹을 살 것이고, 반대로 잘못이 드러날 경우 일국의 대통령이 조카의 비리를 비호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니 양수(兩手) 외통수를 둔 셈이다. 그 가벼운 입은 정녕 구제불능인가.

대통령의 ‘관선변호’에 대하여 언론은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고 걱정한다. 그러나 이는 공연한 걱정이다. 노 대통령이 스스로 고백하였듯이 노 대통령의 임기는 사실상 끝났다. 산 권력인 검찰이 죽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지킬 리 없다. 그랬다가는 대통령이 바뀌자마자 특검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 뻔한데, 대한민국 검찰이 그렇게 어수룩하지는 않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에서 다음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아니 그럴 경우 오히려 더 비리를 은폐한 검찰을 난도질할 것이라는 사실을 검찰이 더 잘 안다. 그러니 의혹에 대한 수사는 검찰에 맡기면 충분하다.

정작 문제는 양수(兩手) 외통의 자충수(自充手)나 두고 있는 대통령을 ‘건사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다. 아직도 18개월이나 남았다. 본인은 며칠 전 남은 임기동안 관리나 잘해서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진정으로 그럴 생각이라면 그런 공언을 할 분이 아니라고 여겨지니 결국 임기말까지 부지런히 ‘일’을 하겠다는 결의가 아닌가 걱정이다. 사람의 네 가지 유형 중 어리석으면서 부지런한 사람이 가장 해로운 유형이라던데, 그저 게으르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바다이야기 사태는 권력형 비리의 측면보다는 도박공화국이라는 면이 훨씬 심각한 일이다. 정치인 몇 명이 더러운 돈을 받았다한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이로 인해 나라가 절단날 일도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특히 돈 없는 서민이 도박에 중독되는 일은 심각한 일이다. 전국이 도박장화 되었는데도 나라가 온전하리라 기대한다면 비정상일 터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몇 년째 도박공화국을 방치했다. 아니 정권 실세 중 몇몇이 푼돈을 뜯으려고 오히려 조장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의 핵심은 ‘비리’로 경질된 문화부 차관이 그 도박게임을 심의에서 통과시키지 말라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몇 번씩이나 요청했지만 묵살되었다는 진술에서 찾아야 한다. 영등위가 문화부 차관의 방해를 뿌리치게 만든 그 권력의 실체를 키운 정권, 그리고 온 나라가 도박에 빠져 있음에도 대통령이 조카에게 잘못이 없으니 내 잘못도 없다고 큰소리나 치고 있는 구제불능의 무능함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로또에 당첨된 졸부가 돈을 주체하지 못하듯 대통령이 뜻하지 않게 차지한 국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동안, 청와대의 비서관들이 청와대를 차고 앉아 총장급 대통령을 모시고 고교생급 차관과 ‘인사협의’에 여념이 없는 동안, 일자리를 잃은 백수들은 도박으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바다이야기’에 빠져 대한민국은 도박공화국이 되었다. 이제 물고기 그림이 요란한 오락실이 담배가게 보다도 많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조카에게 잘못이 없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큰소리칠 수 있는가. 바보라고 놀림을 받는 대통령을 가진 국민은 그래도 행복하겠다. 하지만 “귀신은 뭐하나?” 소리를 듣는 대통령을 가진 국민은 진정 서글프다.

이재교 (변호사,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