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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에서 전국 지검장 회의가 끝난 후 한상대 검찰총장의 에쿠스 차량이 한 총장을 태우지 않은 채로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한 총장은 아침에도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청사로 들여보내고 다른 출입구로 걸어서 출근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
20일간의 ‘검찰 막장드라마’ 재구성
김광준 검사 뇌물사건으로 촉발중수부 반대에도 특임수사 강행
‘검사 성추문’ 보도로 충격 더해 ”
29일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8층 검찰총장실. 최재경 중수부장을 제외한 대검 검사장급 간부들이 한 총장을 찾아갔다. 이들은 “총장님, 명예롭게 퇴진해주십시오”라며 용퇴를 건의했다. 한 총장은 “그런 얘기 할 거면 니들도 같이 사퇴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검찰 ‘막장 드라마’의 정점이었다. 드라마는 한 검찰 간부의 범죄로 개막됐다. 김광준(51) 부장검사의 금품수수 의혹이 표면화됐다. 경찰에서 현직 부장검사의 수억원대 뇌물 혐의를 수사중이라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출신 검사가 ‘수사 무마’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에 검찰조직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후 전개될 사태를 짐작하는 이는 드물었다. 한상대 총장은 발빠르게 특임검사를 지명하고 김 부장검사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비리를 수사하는 사상 3번째 특임검사 지명이었지만, 이미 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에 손을 대는 것이어서 ‘가로채기’, ‘이중수사’ 비판이 일었다. 대검 중수부는 이때 특임검사 도입을 반대하고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자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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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최태원 ‘봐주기 구형’ 지시 확인‘
한상대 책임론’으로 논란 확산
자체 개혁안 ‘꼼수’ 드러나 술렁
최 회장에 대한 봐주기 구형이 한 총장의 지시였다는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확인됐다. 뇌물·성추문 사건으로 검찰이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 총장이 무리수를 던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검찰 내부게시판에서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 총장도 감찰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몰지각한 검사 개인의 일탈 행위에 맞춰졌던 논의의 초점이 한 총장 책임론으로 확대됐다. 검찰 게시판에서 실명으로 검찰개혁을 촉구한 윤대해(42) 검사가 ‘내가 올린 개혁안이 검찰에 불리할 것이 없다. 평검사회의를 이용해 한 총장의 검찰개혁안 발표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쓴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자체적으로 개혁안을 내놓겠다는 검찰의 ‘꼼수’가 확인된 것이다. 검찰개혁을 주제로 검찰청별로 열리고 있던 평검사회의가 얼어붙었다. 검찰의 위기의식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김수창 특임검사는 한 총장을 방문해 김 부장검사 뇌물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최재경 중수부장과 김 부장검사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함께 보고했다. 대학 동기인 김 부장검사에게 언론대응 방식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혹시 외부에 알려지면 악용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이었다. 그러나 한 총장은 이를 감찰보부에 넘겨 감찰을 지시했다. 대검 감찰보부가 저녁 6시20분에 브리핑을 하겠다고 하자, 김 특임검사는 한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이유로 감찰을 하겠다면 내가 그만두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감찰보부의 브리핑은 예정보다 20분 늦은 6시40분부터 시작됐는데, 그 20분 동안 대검 간부들이 한 총장을 ‘뜯어말렸다’. 대검 관계자는 “정 감찰을 하겠다면 다른 감찰 건과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하라”고 요청했지만, 한 총장은 결국 감찰 사실을 공개해버렸다.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의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최 중수부장은 1시간여 뒤인 저녁 8시에 “감찰조사를 승복할 수 없고 적정하게 대응하겠다”는 개인성명을 발표했다. 한 총장에 대해 반격을 가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 총장이 최태원 회장에 대한 봐주기 구형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최 중수부장을 비롯한 대검 중수부가 언론에 흘린 것으로 보고 한 총장이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경 감찰’ 지시로 갈등 폭발‘
총장 사퇴론’ 번지고 연판장 돌아
‘낮12시 시한’ 통첩에 “신임 묻겠다
밤사이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등에서는 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돌았다. 대검의 검사장급 간부들이 한 총장에게 용퇴를 건의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리려 했지만, 총장의 측근조직인 대검 대변인실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이를 언론에 알렸다. 대검 검사장들의 면담 이후에는 차장급인 기획관들이 총장을 만났고 뒤이어 평검사인 연구관들이 총장실로 들어가 거듭 사퇴를 건의했다. 대검 청사 8층 총장 방 앞 복도에는 기자들의 접근을 막으려고 커다란 칸막이가 쳐졌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은 “오늘 낮 12시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우리가 찾아가서 용퇴를 요구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했다. 오전 내내 ‘부하’들의 사퇴 요구에 시달린 한 총장은 결국 오후 1시50분께 “30일 개혁안 발표 후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라는 어정쩡한 사의를 밝혔다. 김태규 김정필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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