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출범 20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정부가 출자하거나 감독권이 있는 자치단체 공공기관에 중앙 부처 퇴직 공무원들이 대표 자리를 독차지,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 기관은 대부분 공개모집이라는 절차를 거치지만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끊이질 않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국음주문화센터 노조는 10일 “최근 20여일 동안 음주문화센터는 업무가 중단됐으며, 이달 직원 월급 지급도 불투명한 상태”라며 “이 같은 파행은 결국 대표 격인 사무총장 자리를 국세청 퇴직 공무원이 독차지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는 주류 회사들이 출자해 만든 재단법인으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과 알코올 관련 예방·치료 사업을 펼치는 기관이다.
한국음주문화센터 사무총장은 지난달 21일부터 공석이다. 수년째 국세청 퇴직 관료의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계속돼오던 이 기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국세청 출신 공무원인 사무총장은 지난달 21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사무총장의 공석으로 센터는 사실상 휴업상태이지만 정부가 ‘이사 가운데 연장자가 사무총장직을 대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외면하고 또다시 낙하산 인사를 포기하지 않고 대선 결과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차기 사무총장은 반드시 퇴직공무원이 아닌 전문가가 운영을 맡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양주시의 서울고속도로(주) 대표도 정부 부처 퇴직공무원이 맡고 있다. 경기 일산~퇴계원 간 민자유료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이 회사는 애초 9개 국내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표는 건설사 출신 직원이 선임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이 회사의 지분 85%가 국민연금에 매각된 이후에는 국토해양부 출신 공무원이 공개모집을 통해 사장으로 선출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전시장인 경기 일산 킨텍스도 2002년 말 설립 이래 지식경제부 산하 기관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출신이 5대째 선임되고 있다. 킨텍스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일자 지난해 처음으로 공개모집을 했지만 역시나 결과는 코트라 출신으로 최종 결정됐다.
시민단체들은 “대표가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는 공공기관은 전문성 논란은 물론 내부 직원들로 하여금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사장이 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개선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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