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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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6년08월25일

비평 홈페이지: - 조회 : 344

이제야 민간위탁이 나쁜 줄 알았나

<이정호의 언론비평>
이제야 민간위탁이 나쁜 줄 알았나

현직 대통령 조카 노지원 씨는 1990년 6급 공채로 한국통신에 들어갔다. 2003년 9월 KT로 이름을 바꾼 한국통신이 5,509명을 내보낼 즈음에 대리급인 4급으로 명예퇴직했다. 석 달 뒤 노 씨는 지금 권력형 비리의 핵심이 된 우전시스텍의 영업이사가 됐다.

노동자 노지원 씨는 한국통신 부산 가야지점에서 일하면서 93~94년 한국통신 노조 민주화 투쟁에도 어떤 형태로든 참여했을 것이다. 이후 95년 유덕상 위원장이 이끌었던 한통 파업에도 조합원으로 참여했을 것이다.

이런 평범한 노동자를 권력비리의 주구로 바꾼 것은 2002년 대선이었다. KT는 삼촌이 대통령이 된 직후인 2003년 초 노 씨를 청와대가 내려다 보이는 광화문의 서울본사로 전직시켰다. 노 씨가 들어갔던 90년 당시 그저그랬던 전화회사 한국통신은 IT강국이란 허울을 쓰고 급성장했다. 민영화와 함께 KT란 영어 이름으로 바꿨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을 전후한 2003년 초 고시 출신의 젊고 뛰어난 인재도 아니었던 평범한 노동자 노 씨가 서울본사로 간 것을 뭐라 설명할까.

4년 전 대선 즈음 그 난리판에 뛰어든 노동자는 많다. 정권이 들어서자 더 많은 노동자가 정치판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청와대와 총리실, 노동부에 포진해 배운 도둑질로 노사관계를 조율하고, 대형사업장 파업을 뒷조종하고 있다. 정책생산이랍시고 노동계에 여전히 줄을 대고 있다. 정리해고를 받아들여 노동자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민주노총 전직 지도부 중 한 명은 전직과는 무관한 공기업에 감사로 가서 연봉 1억원이 넘는 돈을 뿌리며 살고 있다. 어떤 이는 오지도 않을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순번을 기다리며 꿈을 쫓고 있다. 그 아래에도 수많은 전직 노동조합 운동가들이 이들을 보좌하며 오늘도 여의도 이쪽저쪽을 오가고 있다.

몇몇 명망있는 시민단체는 이제 권력과 국정을 논하며 정책생산의 주요 전진기지가 됐다. 이들의 머릿 속은 수구세력과 다르지 않다. 이들이 노동자와 민중을 위해 생산한다는 정책들은 근본적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이라는 신자유주의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반면에 대다수 이름없는 단체는 노동자와 민중의 편에서 오늘도 거리를 헤매고 있다.

‘바다 이야기’는 이렇게 비뚤어진 권력구조의 거울이다. 바다 이야기를 둘러싼 보수신문의 도배질을 돌팔매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23일 동아일보는 바다 이야기로 1면과 2, 3, 4, 6, 10, 30, 31면까지 8개 면을 채웠다. 31면 사설은 아예 두 꼭지를 바다 이야기로 채웠다.

실타래를 풀수록 가관이다. 방어하는 열린우리당이나 공격하는 한나라당 의원 모두가 관련업체로부터 수 백 만원씩 후원금을 받은 게 드러났다. 문화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서로 진실게임을 하는 꼴이지만 공격하는 영등위 관계자도 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비리로 물러났던 인물이다. 당시 정책결정권자였던 문화부 장관은 지금 국회의원으로 해당 상임위에 앉아 있다.

23일 동아일보가 특종인 것처럼 밝힌 1면 머릿기사 제목은 이채롭다. <문화부가 법률자문 무시한채 상품권 지정권한을 민간업체에 위탁시킨 게 비리의 원칙>이라는 거다. 머리가 띵하다. 민간위탁이 나쁜 줄 이제야 깨달았단 말인가. DJ 정부 이후 두 정권은 민간위탁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왔다. 수구세력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효율성을 내세우며 감세정책과 작은 정부를 줄곧 외쳤다. 진보를 자처하는 시민세력 역시 교육과 문화, 복지를 늘리되 돈이 들지 않는 방향으로만 유도했다.

거꾸로 묻자. 만약 이 정부가 경품용 상품권 지정권한을 산하 민간단체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넘기지 않고, 문화부가 직접 하겠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민영화 시대에 시대역행을 주장하며 모든 세력들이 앞다퉈 정부의 권력남용을 우려했을 것이다.

이들 세력이 10여년 전부터 주창해온 논리 때문에 민영화는 선이요, 공기업 유지는 악이란 등식이 불문율처럼 박혀있다.

이들 좌우 합작세력이 마주앉아 저출산고령화대책을 논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국공립 보육시설은 4.8%에 불과하다. 이 4.8%의 보육시설도 대부분 민간위탁주고 있어, 사실상 민간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진짜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국에 딱 2개 있다. 심지어 국립대학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마저 민간위탁이다. 우리는 오늘 아이를 바늘로 찌르고 때리는 민간 어린이집의 흉측한 장면을 보고서도 여전히 민영화의 포로다.

이런 정책을 생산하는 정권의 하수인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그냥 위원회 앉아서 주는 월급이나 받고 가만히 있어라.

이정호 공공연맹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