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의 '광' 자도 모르는 비전문가라고 놀림받았던 사람, 취임 초 낙하산 인사라며 논란에 휩싸였던 한 정치인 출신 공기업 최고경영자(CEO)가 2년에 걸쳐 '조직혁신'을 외치며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주인공은 박양수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 30년 남짓 정치만 했던 사람으로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해 조직위원장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그런 그가 2004년 9월 13대1의 경쟁을 뚫고 광진공 사장이 됐지만 정치적 보상에 따른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 속에 그는 속앓이를 해야 했다.
면접 때도 전문성 없는 정치인이 왜 응모했느냐는 질문에 "광업은 모르지만 1000여 명 당원을 관리해 조직관리에는 자신 있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그런 비전문가인 박 사장이 들여다본 광진공은 '철밥통'이었다. 주어진 일만 할 뿐 능동적으로 하는 일이라곤 없었다. 그는 곧 소리없는 개혁을 시작했다.
임금피크제와 연봉제를 도입한 데 이어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혁신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사장이 가지고 있던 146개 결재권을 본부장과 처장, 팀장에게 위임했다.
그는 나아가 이사 선임에 대한 자신의 인사권까지 내놓았다. 공기업 최초로 전 직원 직접투표를 통해 상임이사 2명을 제청한 것이다.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저 양반이 뭘 알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인사권을 내부를 가장 잘 아는 직원에게 줬을 뿐"이라며 "취임 6개월 만에, 직원들을 잘 모르는 사람이 제대로 인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충격이 잦아들 무렵 그는 조직에 더욱 예리한 메스를 들이댔다.
박 사장은 지난 9일 전격적으로 20개 부서를 축소해 경력 20년 이상인 부장을 팀원으로 강등시켰다. 대신 입사 10~15년인 팀원 3명을 팀장에 발탁했다. 충격파는 컸다.
경력 23년인 부장이 입사 10년된 팀장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생겼고, 군대나 학교 선배가 후배를 팀장으로 모시는 사람도 나타났다. 입사 20년이 넘은 부장 12명은 후배 팀장에게 인사고과를 받아야 했다.
한 노조 간부는 "변화가 없던 조직에 파격이자 충격이었고 상급자들 불평이 뒤따랐다"며 "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도록 하겠다는 원칙에 무조건 반발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기획조정실장, 정보전략팀장 등 6개 핵심 보직은 내부 직원으로 구성한 인사위원회에서 선임하도록 했다. 노조 관계자는 "상급자에게는 고통이었지만 일반 직원들에게는 열심히 일하면 팀장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줬다"고 말했다.
동네 이장 같은 박 사장. 많은 CEO가 노동조합 반발에 부딪쳐 무사안일로 거쳐 갔지만 그는 창립 39년 만에 광진공을 개혁해 냈다.
박 사장은 "직원들 평균 근무연한이 15년8개월이고 석ㆍ박사가 38%에 달하지만 광진공은 희망 없이 정체된 조직이었다"며 "실력 없이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개혁의 여세를 몰아 국외 광물자원 개발로 수익성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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