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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 둘째날, 구속된 건설노동자를 만나다
25일 새벽 6시 서울역. 전날 방한해 시차적응에 곤란을 겪고 있는 진상조사단 소속 각계 대표들이 대구로 가는 KTX 열차를 타기 위해 모였다. 이들이 대구로 가는 까닭은 ‘원청회사와 임단협을 체결하고, 전임비를 지원받았다’는 이유로 ‘공갈 및 금품갈취죄’가 적용돼 구속수감된 대구경북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동대구역에서 민주노총이 미리 준비한 전세버스로 갈아타고 10분 가량을 달려 도착한 곳은 대구교도소. 오늘 진상조사단이 만나볼 사람은 조기현 대구경북 건설노조 위원장과 오상용 사무국장, 문정우 현장조직팀장 등 3명이다. 미리 교도소측에 접수한 명부에 따라 3개조로 나뉜 진상조사단은 1조당 1명만 면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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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현 위원장을 면회하게 된 발란 나이르 국제건설목공노련(BWI) 아태지역 사무총장은 조 위원장에게 “어떤 죄목으로 잡혀 왔냐 ”고 물었다. 이에 조 위원장은 “집시법 위반, 금품갈취,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잡혀왔다”고 답했다.
이어 안나 비욘디 ILO 노동자그룹 사무국장이 “국제 노동계가 어떠한 지원을 해주길 원하냐 ”고 물었고, 조 위원장은 “ILO가 한국 정부에 탄압을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조 위원장은 “내 사업장에 들어가겠다는 데 경찰은 집시법을 들이대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원청회사와 교섭을 벌이면 검찰은 ‘공갈·협박죄’를 들이민다”며 “원청과의 교섭이 가능한 다른 나라의 사례의 사례에 비춰, 국제노동계가 한국 정부를 압박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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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 둘째날, 건설업체 원청 관계자를 만나다
건설노조는 주로 전문건설업체라고 불리는 하청회사들과 단협을 체결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연맹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아파트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원청회사와 노조간 단협을 체결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그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연맹 김승환 정책국장은 “2001년 이후 현재까지 전국 약 500개 건설현장에서 원청-노조 간 단협이 체결됐다”며 “정부는 원청과 체결한 단협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설명을 들으며 진상조사단은 ‘ㅅ’건설의 대구 계산동 주상복합건물 건설 현장으로 이동했다. 진상조사단이 만날 사람은 ‘ㅅ’건설의 김 아무개 현장소장. 김 소장은 진상조사단의 방문에 대해 ‘한국의 노동현장을 보고 싶어서’라고 알고 있었다.
진상조사단이 도착한 곳은 건설현장의 지하에 위치한 안전교육장. 벽과 기둥 곳곳에 ‘웃으면서 출근한 길 웃으면서 퇴근하자’, ‘할 수 있다 안전작업 자신있다 재해방지’ 등의 표어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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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 소장의 작업공법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다. 그는 해당 현장에 도입된 ‘PSP공법’(영구 구조물 흙막이 버팀대 공법)을 설명하며 “소음에 의한 민원제기 및 건설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 등이 현저하게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이 듣고싶었던 것은 ‘PSP공법’에 대한 설명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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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 : 이 곳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돼 있나
김 소장 : 대부분 그렇다.
조사단 : 대구지역 건설노동자들이 원청과 단체교섭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공갈죄 등이 적용돼 구속됐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현장관리자로서의 견해를 듣고 싶다.
김 소장 : 단순 현장 근로자 중에는 그런 경우가 없다. 내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단순 근로자들이다.
조사단 : 이 현장에 쟁의행위가 발생한다면, 노동부와 경찰 중 어느 쪽에 문제 해결을 요청하겠는가
김 소장 : 기물파괴 등이 발생한다면 경찰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조사단 : 노조와 단협을 맺는 상대가 원청인가 하청인가
김 소장 : 건설 쪽에는 각 공정에 따라 전문건설업체가 있다. 전문건설업체에도 사주가 있고 그들이 근로자를 고용하는 만큼, 노조는 전문건설업체와 교섭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날 ‘ㅅ’건설 현장 방문을 마친 진상조사단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이들 중 일부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면담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관심 있는 투쟁현장을 방문하는 등 개별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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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 셋째날, 다시 만난 공무원노조
진상조사단의 셋째날 오전 일정은 연맹별 방문으로 진행됐다. 국제공공노련(PSI)은 이날 오전 공무원노조와 간담회를 가졌다. 24일 경기도청 방문에 이어 공무원노조와는 두 번째 만남인 셈.
토르 유젠 크빌 하임 노르웨이 산별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 잉군 브라텐 노르웨이 산별노조 국가공무원분과 자문위원, 토미 아게르스코프 톰센 덴마크 공무원노조 위원장, 이토 코이치 국제공공노련 도쿄 사무소 사무국장 등은 공무원노조로부터 탄압 사례를 들으며 “다른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토 코이치 국제공공노련 도쿄 사무소 사무국장은 “어제 경기도청의 공무원노조 농성장을 가봤는데 딱 일본의 30년 전 상황이었다”며 “한국 정부가 일본의 나쁜 점만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지방자치제도가 완전히 확립한 단계에 이르러 중앙정부가 드러내놓고 지자체에 개입할 수 없다”며 “주요 지자체를 노조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일본 공무원노조의 전략을 한국의 공무원노조도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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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 셋째날, ‘기륭전자’와 ‘KTX 여승무원’ 농성장을 찾아
셋째날 마지막 일정이자, 진상조사단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두 곳의 농성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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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단식 중인 몸으로 조사단을 맞은 김소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은 “우리처럼 불법파견으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없어지길 바라며 1년 넘게 투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나 비욘디 ILO 노동자그룹 사무국장은 “여러분들의 투쟁은 특히 여성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대표한다”며 “부디 몸 상하지 않게 투쟁해, 승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륭전자에서 생산되는 위성라디오가 주로 미국에 수출된다는 설명을 들은 뒤 “수입국도 한국 여성노동자들의 이같은 처지를 알아야 한다”며 “기륭전자의 제품을 구매하는 회사의 정보를 취합, 그와 연관된 노동자 연대를 조직해 구매기업 스스로 ‘창피함’을 느끼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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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이어 KTX 여승무원들이 농성 중인 용산역 2층 대합실을 찾았다. 한스 엥겔베르츠 국제공공노련 사무총장은 “한국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과 ‘ILO 협약 준수’를 국제사회에 약속해 왔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KTX 여승무원들이 정상적인 고용관계 하에서 근로할 수 있도록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단은 농성장 방문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으며, 일요일인 27일 ILO 아태 총회가 열리는 부산으로 출발했다. 조사단은 28일 낮 12시, 부산 벡스코 앞에서 국제노동계 조사단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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