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평화로운 이상한 비상사태
북한이 최근 발표한 소위 ‘국가적 중대조치’를 단순히 3차 핵실험으로만 해석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북한은 이미 두 번이나 핵실험을 했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인공위성 발사를 포함하여) 역시 수차례 진행했다.
단지 핵실험 한 번 더하기 위해 예전에 없었던 ‘국가적 중대조치’를 운운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3차 핵실험을 어디서 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언제 할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연평도 포격 사건도 ‘평화롭게’ 오지 않았던가?
한국 전쟁 이후 최대의 군사적 충돌로 기록될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나기 4개월여 전인 2010년 8월 9일 오후 5시 한국군 대잠훈련이 종료되었다. 북한은 종료 30분 후부터 44분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 방향으로 해안포 130여발을 발사했다. 당시 일부 해안포는 NLL 이남에 떨어지기도 했다. NLL 이남에 북측의 해안포가 떨어진 것은 한국 전쟁 이후 최초의 일이었다.
북한은 이미 8월 초부터 “강력한 물리적 대응타격으로 진압할 것”, “예상을 초월한 가장 위력한 전법과 타격수단으로 도발자들과 아성을 짓뭉개 놓을 것”, “우리의 경고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라고 언급해 왔었다. 따라서 8월의 해안포 발사는 11월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예고’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 사건을 우리는 얼마나 ‘평화롭게’ 맞이했던가.
충돌은 반복된다! 한번은 크게! 또 한번은 더 크게!
3차 핵실험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대로 간다면 군사적 충돌은 불가피하다.
남과 북은 이미 정책적 전쟁 상태라 해도 무방하다.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해 8월 “만약 적들이 조선의 령토와 령해에 단 한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즉시적인 섬멸적 타격을 안기고 전군이 산악같이 일떠서 조국통일 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전면적 반공격전에로 이행할 데 대한 명령”을 전군에 하달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선불질을 한다면 무자비하게 격멸소탕”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미 양국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월 5일자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한미 확장억제위원회에서 좀 더 강화되고, 군사 행동을 포함해 북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맞춤식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소개되었다. 2009년 김태영 합참의장 후보 청문회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방안도 한미 양국 차원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미 천안함 사건 이후 자위권 발동을 공식화하는 담화문을 발표했고, 국방부 수뇌부들이 모여 “북한이 도발하면 전군의 모든 화력을 집중해 북한의 발진 기지를 초토화하기로” 결론이 내려져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결론은 그 이후 바뀌었다는 보도를 접해본 적이 없다. 김관진 국방장관의 취임 일성 역시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자위권적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며 분명히 밝혔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군사적 파고가 높아졌을 때, 이명박 정부가 자위권을 운운하고, 발진기지 초토화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새누리당에서는 “전쟁은 없다”고 논평한 바 있다. 2013년 2월 현재에서도 전쟁 위기를 말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 그러나 전쟁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너무나도 ‘평화롭게’ 다가오고 있을 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라는 마르크스의 예언은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서는 바뀌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더 큰 비극으로.”
평화 위한 긴급행동 돌입해야
지금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는 남북대화와 협력, 평화실현,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아무도 행동하지 않는 이때 시민사회 원로들이 노구를 이끌고 평화수호를 위한 행동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연로하신 분들이다 보니 투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긴급행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전쟁을 막기 위한 긴급행동은 오직 평화애호진영, 진보진영 밖에는 없다. 한반도의 비상사태를 비상사태로 여기는 사람들만이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행동을 전개할 수 있다.
진보진영은 아래와 같은 요구를 갖고 긴급 행동에 나서야 한다.
첫째, 2월로 예정되어 있는 키리졸브 훈련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처럼 북한의 ‘국가적 중대조치’는 키리졸브 훈련에 대한 군사적 대응일 가능성이 높다. 충돌의 가능성이 있으면 멈추는 것이 상식이다. 1991년 북미 핵공방이 치열할 때 당시 부시 정부가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함으로써 북미 핵타결 국면이 만들어졌음을 한미 양국은 상기해야 한다.
둘째, 한미 양국의 선제타격 논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김태영 합참 의장 후보가 국회 청문회에서 ‘선제공격’ 발언을 했고, 그 결과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되었던 것을 교훈삼아야 한다.
셋째, 한미 양국은 즉각 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 북미, 남북 모두 대화의 창구가 모두 닫혔다. 1994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북미 협상을 성공시킨 바 있다.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임동원 특사가 평양을 방문하여 경색되었던 남북관계의 물꼬를 튼 바 있다.
넷째, 유관국은 10.4 선언에 명시되어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3자 혹은 4자 정상회담’ 개최를 즉각 추진해야 한다. 정전협정 체결 60년을 맞는 올해 한국전쟁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긴장된 정세가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한반도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평화회담의 단초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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