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충북에선 공무원들의 어처구니없는 징계가 벌어지고 있다. 뇌물을 수수하고 공문서를 위조한 공무원들은 경징계 처분을 하는가하면 3-4시간을 지연해 출근한 공무원들은 공직사회의 사형 선고와도 같은 배제징계(파면, 해임)라는 이해할 수 없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충북 C군의 아무개 공무원은 주민등록번호를 조합하는 방법으로 공문서를 위조해 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 받았다. 이를 적발한 관계 당국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파면을 의결했으나 표창을 받았다는 이유로 한 등급을 감경해 해임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아무개 공무원은 소청을 신청했고 충북도 소청심사원들은 인사위원회의 처분이 중하다며 공무원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직처분을 내려 공문서를 위조한 공무원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Y군의 아무개 공무원은 수해복구와 관련한 업무를 추진하면서 관계 업체로부터 수백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뇌물을 받았음에도 경징계 처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공무원노조 파업이 있을 당시 3-4시간 정도를 지연해 출근한 공무원들에 대해선 행자부의 지침에 의해 직책에 따라 배제징계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또한 전날 숙직을 하고 휴식을 위해 집으로 귀가한 공무원에게까지 중징계 처벌을 했다. 심지어 간암 말기의 중환자에게까지 중징계의 칼날을 들이대 국가인권위원회에까지 진정서가 접수되는 등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같은 결과는 현장의 기본적인 사실확인 절차 없이 주먹구구식 징계가 빚어낸 결과로 분석된다.
부당한 징계에 반발한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일제히 소청을 신청했고,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76여명의 징계자들이 소청이라는 구제 절차에 의해 명예를 회복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의외였다. 배제징계자 36명중 3명만이 복직을 했을뿐 대부분의 징계자들의 소청은 기각됐으며 충북도 소청위원회는 소청을 통해 구제를 해줬다는 생색내기 위해 경징계자 중 30%정도만 징계양정을 낮춰 줬다.
소청결과에 반발한 징계자들은 3일 소청심사위원인 심상결(충북도 복지환경국장) 위원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심사의 기준과 비리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 하자 심 국장은 "심사기준을 소청심사위원에게 개인적으로 얘기하면 안되며 위원장이 대표해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하고 "형평성 문제는 소청심사위원 7명 중 한사람이지만 그 사항을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공무원노조 충북본부 희생자원상회복위원회 장성유 위원장은 "이번 충북도 소청심사위원회는 철저하게 행자부 지침을 따른 표적 징계의 모범답안을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 열렸다"며 "소청심사위원들이 졸거나 자리를 이탈해 소청인들의 항변을 외면하는 등 소청을 통해 구제를 해주려는 마음보다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재차 확인하려는 자리에 불과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소청에 임했던 대부분의 징계자들도 "공문서를 위조하고 뇌물을 받아먹은 공무원은 구제를 받고 불과 3-4시간을 지연해 출근한 공무원들은 공무원노조 소속이란 이유로 숨통을 끊어놓는 징계 결과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충북도 소청위원회는 구제가 목적이 아니라 현대판 부관참시의 현장을 체험하는 자리에 불과 했다"며 분노를 토했다.
징계와 관련해 희생을 당한 공무원들의 가족들이 희생자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충북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으며, 이번 충북도 소청위원회의 결과를 접한 양심있는 43개 민주시민단체들까지 합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부당한 징계에 맞서려는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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