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경남지사 '불세출의 영웅'으로 치켜세운 <조선>
공무원노조, "<조선> 반대하는 공무원노조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을 것"
오마이뉴스 이화영 기자(photo70)
▲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8월 26일자 인터뷰 기사 화면
ⓒ 조선일보 홈페이지
정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의 대립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이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을 분석해 전달하기보다는 한쪽의 입장만 전달하는 것도 모자라 영웅으로 치켜세워 가며 나팔수 역할을 자청하고 나서 세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정부와 공무원노조가 갈등을 빚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공무원노조를 향해 포문을 열고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조선>은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경남도청과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간의 쟁점을 다루며 김태호 경남지사 띄우기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실례로 지난 8월 26일자 인터뷰 기사를 본 경남 진주시청의 강아무개 조합원은 "마치 <조선일보>가 정성들여 차린 잔칫상을 김 지사가 기쁜 마음으로 먹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인터뷰 기사에 들어가기 전 머리기사에서 김 지사와 공무원노조 사이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물으려는 듯했다.
하지만 갈등의 원인에 대한 질문은 한차례. "지난 5월 지방선거 이전의 후보자 시절에는 5급 이상 간부의 시·군 간 인사 교류 때 전공노와 협의한다는 내용의 인사 협약을 맺는 등 원만한 관계였지 않았나"가 전부였다.
이에 대해 백승렬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사무처장은 "'노조 측에서 선거에 공이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보은인사를 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법을 위반해가며 무리한 인사를 단행했다는데 공신록에 이름이 오른 사람을 승진시키기 위해서가 아닌지', '행자부의 지침이 담긴 공문을 받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공무원노조에서 인사문제와 경남FC 문제를 거론하자 탄압을 하기 시작했다는데 맞는지' 등의 질문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백 사무처장은 "인터뷰 기사는 그렇다치고 <조선일보> 사설을 읽다 보면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혀 말조차 꺼내기가 싫어진다"며 "이런 소아병적 신념이 담긴 쓰레기 사설을 싣는 걸 보면 신문이 아니라 '찌라시'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8월 27일자 사설
ⓒ 조선일보 홈페이지
<조선>은 8월 27일자 사설에서 김 지사의 행보와 말을 인용해 본격적으로 영웅 만들기에 돌입한다.
먼저 상근자에게 업무 복귀명령을 내리고 행정 대집행을 하겠다는 내용의 계고장을 보낸 일과 회의에서 말한 내용을 전했다. 이런 행보에 휴대전화 배터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격려전화를 받고 도청 홈페이지에 수백 건의 지지 글이 올라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진 글에서는 공무원 노동자들이 완전한 노동 2권을 가진 것처럼 묘사하고 공무원노조가 나머지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얻기 위해 불법을 고집한다고 했다. 또 잘 만들어진 법이 있는데 공무원노조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몰아세웠다. 이는 독소조항이 즐비한 공무원노조 특별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작성한 글임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공무원노조의 조직과 예산을 들추어 막강한 힘과 권력을 쥐고 있는 조직으로 표현했다. 사설에 비친 것처럼 공무원노조가 <조선일보>의 광고주 역할을 할 수 있는 안락한 조건을 갖춘 조직이었다면 공무원노조 죽이기에 팔을 걷고 나섰겠는가 묻고 싶다.
1년 예산 200억 중 80%에 달하는 금액이 노조 활동으로 배제징계와 정직, 감봉 등의 신분상 불이익을 받은 850여명에 대한 생계비로 충당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노조 14만 명의 조합원 중 해직 공무원은 2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해직 공무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들이 유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소수의 해직공무원들이 공무원노조 전체를 쥐락펴락 하는 것처럼 썼다. 또 단체행동권이 주어질 경우 국민과 법은 안중에 없을 것이며 공무원 개혁은 물 건너간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공무원노조 때리기에 열을 올린 사설은 '불법 공무원노조에 합법적으로 대처하는 김태호 지사 같은 시장, 군수, 도지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김 지사 추앙의 글로 끝을 맺었다.
최락삼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조선>이 공무원노조에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단순하게 양 단체가 대립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저변에는 한나라당을 지원하려는 정치적인 계산과 보수와 진보가 만난 파열음이 현실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 대변인은 "공무원노조에서 추진하는 모든 정책이 진보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보수의 중심에 서 있는 <조선일보>와 마찰할 수밖에 없다"며 "<조선일보> 반대 마라톤대회를 후원하고 적극 참여하는 것과 <조선일보> 절독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공무원노조가 이들에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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